3월의 밀양은 요란하지 않다. 대신 조용히, 그리고 깊게 봄을 품는다. 영남알프스 자락을 따라 부는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지고, 밀양강 물빛은 겨울의 무게를 털어내듯 맑아진다. 이곳의 봄은 화려하게 앞서 나서기보다, 지친 여행자를 천천히 감싸안는다.
나선형 길 끝에 마주한 밀양강의 곡선
밀양강을 가장 너른 품으로 만나고 싶다면 용두산 달팽이전망대에 올라야 한다. 이름처럼 나선형으로 이어진 길을 따라 느릿하게 걷다 보면, 우리의 시선도 세상의 속도에서 벗어나 평온해진다. 전망대 꼭대기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한 폭의 수채화다. 이곳에서 잠시 멈춰 서는 것만으로도 복잡했던 생각은 강바람에 씻겨 내려간다. 밀양의 자연은 과장하지 않는다. 대신 잔잔하게, 여행자의 내면에 깊이 스며든다.
자연의 품 안, 표충사
사방의 산세가 둥글게 감싸안은 표충사는 봄의 기운이 가장 먼저 당도하는 곳이다. 경내에 들어서는 순간, 자연의 품 안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을 준다. 연초록 빛깔이 번지는 숲길과 고요히 내려앉는 햇살, 그리고 정지된 시간을 깨우는 청아한 풍경 소리. 바깥세상의 소란은 능선 너머로 물러나고, 안에는 온기만 남는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걸음을 늦추게 된다.
80년 역사가 빚은 달콤한 치유, 딸기
밀양의 봄은 코끝에서부터 완성된다. 1943년 삼랑진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로서의 역사는 이제 80년을 훌쩍 넘겼다. 그 긴 시간만큼 밀양의 봄에는 땅과 사람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다. 오는 2026년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딸기시배지 축제’는 오감을 깨우는 시간이다. 붉은 과실에 담긴 정성 어린 햇살은 입안 가득 달콤한 회복을 선사한다. 밀양의 딸기는 단순한 특산물을 넘어, 여행자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작지만 확실한 치유가 된다.
아리랑 선율에 실려 온 축제의 계절
5월이 오면 밀양의 봄은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위양지의 이팝나무 꽃이 눈처럼 흩날리고, 영남루를 배경으로 ‘제68회 밀양아리랑대축제(5월 7~10일)’가 펼쳐진다. 흥과 한이 어우러진 아리랑의 선율은 자연 속에서 더 깊은 공명을 만들어낸다. 고요한 시작에서 흥겨운 축제로 이어지는 여정은 밀양만이 가진 매력이다.
머물수록 선명해지는 회복의 시간
지난해 1,600만 명의 발길이 머물렀던 밀양은 이제 1,800만 관광객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보고 가는 여행’에서 ‘머물며 회복하는 여행’으로의 전환이다. 밀양은 지금 반값 여행 지원과 웰니스 콘텐츠를 통해 체류형 치유관광 도시로 단단하게 나아가고 있다.
엄마 품처럼 포근한 밀양의 봄에는 재촉하는 이도, 서두를 이유도 없다. 그저 당신을 위해 비워둔 시간과 따스한 햇살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일까, 밀양에 오면 더 오래 머물고 싶어진다.
/글 고비룡 기자·사진 밀양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