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100주년, 콘텐츠·참여로 확장
의창 창작 배경지 살려 스토리텔링…관광·문화 동력
가족 참여 공연·체험…시민이 만드는 ‘봄의 무대’
학교 연계 교육·공모전 확대…아이들 참여 폭 넓혀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아동문학가 이원수(1912~1981)는 열여섯 살이던 1926년, 소파 방정환(1899~1931)이 1923년 창간한 잡지 <<어린이>>에 동시 <고향의 봄>을 투고해 당선됐다.
이 작품은 이후 홍난파 곡을 만나 동요로 자리 잡았다. 세대를 건너 한국인이 가장 오래, 가장 널리 부른 노래 가운데 하나가 됐다.
올해는 <고향의 봄> 탄생 100주년이다. 창원시와 지역 사회는 한 곡의 동요가 100년 동안 전해온 ‘그리움’과 ‘안식’을 오늘 언어로 확장해 국내를 넘어 세계 동포들과 함께 나누는 문화콘텐츠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노래를 부를 때 떠오르는 풍경과 마음이 다시 도시로 돌아오게 하고 다음 100년을 향해 ‘지금의 봄’으로 살아 있게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원수문학관장직을 맡고 있는 김일태 고향의봄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을 만나 올해 추진 방향과 주요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일문일답.
<고향의 봄>이 탄생한 지 100주년을 맞았다. 올해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고향의 봄>은 한민족이 가장 널리 부르는 노래로 꼽힌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자주 불리고, 남북 교류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는다.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민요처럼 알려질 만큼 확산된 노래다. 한 곡의 동요가 100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가 지켜온 중요한 ‘문화자산’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이 ‘정신문화자산’의 창작 배경지이자 창작지가 창원이다. 우리는 지난 25년 동안 ‘어린이들이 행복한 도시 창원’, ‘꽃대궐 차린 동네 의창’, ‘한민족의 정서적 고향 창원’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100주년 기념사업은 그 연장선에 있다.
또 하나의 이유는 ‘도시의 기억을 도시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 노래를 부를 때 자연스럽게 창원을 떠올리게 하고, 포근하고 평화로운 정서가 깃든 ‘찾고 싶은 도시 창원’으로 가꿔가고 싶다. 과거의 여정을 되짚고, 시민들과 소통·공감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함께 모아가는 계기로 삼겠다.
창원은 도시의 역사와 규모에 비해 세계에 내놓을 문화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100주년의 의미를 잘 살려 지역 문화 발전의 동력으로 삼고, 세계 곳곳의 동포들과 쌍방향 소통을 바탕으로 마케팅과 인프라를 확장해 나가려 한다. 이를 통해 창원의 글로벌 문화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산업 진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추진위원회와 맡은 역할에 대해 소개해 달라.
100주년 사업을 특히 중요한 과업으로 보고 몇 년 전부터 준비해 왔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추진위원장 역할을 맡게 됐다.
고향의봄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는 별도의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기구는 아니다. <고향의 봄>의 가치를 시대에 맞게 정립하고, 이를 창원 시민은 물론 국내외 동포들과 널리 공유하기 위해 창원을 중심으로 관계 기관·단체 대표 인사들이 참여한 한시적 협의체다.
운영 핵심은 각 기관·단체가 추진하는 기념사업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하면 공동 기획과 협업으로 성과를 키우는 데 있다. 동시에 창원특례시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100주년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협력 구조를 만들고 지역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추진위원장은 위원들의 의견을 모아 시에 건의하고, 기관·단체 간 협력을 조율해 전체 사업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구체적인 올해 기념사업은?
<고향의 봄>이 1926년 《어린이》 4월호에 발표되었으니 딱 100년이 되는 올해 4월, 그 배경이 된 의창구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기념행사를 개최하려고 한다. 현재 4월 19일(일) 의창구 중동 의창파출소 옆 광장에서 기념식과 고향의 봄 잔치를 계획하고 있다. 고향의 봄 잔치는 지난 2011년부터 고향의 봄 창작 기념행사로 개최하고 있는데 어린이 끼자랑 대회, <고향의 봄>을 주제로 한 체험프로그램, 어린이 벼룩 시장 등 어린이가 참여하여 만들어가는 잔치이다. 뿐만 아니라 <고향의 봄>을 주제로 한 어린이 그림 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올해로 28회를 맞는 MBC경남의 고향의봄창작동요제는 올해 100주년의 의미와 함께 동요 확산을 위해 가족 동요 부르기 대회로 그 형식을 바꿔 이날 같은 곳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그리고 창원시립예술단이 <고향의 봄>의 새로운 시대적 가치를 담아낼 창작 뮤지컬의 10월 초연을 위해 준비하고 있고, 국내외 동포들과 쌍방향 소통으로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창원특례시의 글로벌 문화도시 이미지를 넓혀갈 ‘한민족이 함께 부르는 〈고향의 봄〉’도 10월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100주년을 통해 만들고 싶은 ‘창원의 브랜드’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지난 세월 동안 ‘어린이들이 행복한 도시 창원’, ‘꽃대궐 차린 동네 의창’, ‘한민족의 정서적 고향 창원’을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 왔다. 단순한 동요를 넘어, 창원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문화자산이다. 100주년을 계기로 이 노래가 가진 메시지를 오늘의 도시 가치로 확장한다면, 만들고 싶은 브랜드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기억의 보존’이다. ‘고향의 봄’이 품은 그리움은 산업화 속에서 사라진 풍경의 기억과 닿아 있다. 창원 역시 급격한 도시화를 겪은 만큼, 옛 마산·창원·진해 기억을 기록과 아카이빙, 문화공간으로 복원해 시민이 ‘자신이 선 땅의 뿌리’를 다시 확인할 수 있게 하고자 한다.
둘째는 ‘돌봄의 공동체’다. ‘울긋불긋 꽃 대궐’이 상징하는 환대의 공간을, 오늘의 언어로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소외되지 않는 보편적 돌봄과 따뜻한 연결망으로 확장할 수 있다. ‘꽃 동네’가 ‘사람 동네’로 이어지는 도시를 그리고 있다.
셋째는 ‘포용적 환대’다. 과거 고향이 혈연 중심이었다면, 오늘 창원은 이주민과 청년, 외국인 노동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다.
넷째는 ‘생태적 평화’다. 소답동 등 노래 배경이 된 창원 자연을 기후위기 시대 가치로 다시 읽겠다. 하천과 숲을 보존하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를 지향하고자 한다.
<고향의 봄>이 주는 따뜻함을 개방성과 포용의 가치로 넓혀야 한다. 이곳에 정착한 누구나 ‘나의 고향’이라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소속감을 키우는 도시가 되고 싶다.
미래 세대에게 기억될 고향의 봄도 중요하게 생각된다.
의창구청과 이원수문학관은 지난 10여 년간 ‘찾아가는 우리 지역 문화 교실’을 함께 운영해 왔다.
의창 지역 초등학교를 직접 찾아가 <고향의 봄>을 비롯한 지역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의 반응이 좋다. 학교 현장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도 창작 배경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자긍심을 느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별도로 이원수문학관은 의창구 외 창원 지역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문학관’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교육 현장을 찾아가 <고향의 봄>과 아동문학가 이원수를 소개하며, 학교와 지역을 잇는 문학 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이 바뀌면서 ‘고향’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고향의 봄 노래가 교과서에서도 빠져 예전처럼 많이 불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서 빠진 지도 30년 가까이 됐다. 1990년대 후반, 음악 교육의 현대화라는 흐름 속에서 전통적으로 불려 온 동요들과 함께 교과서에서 제외된 것이다. 그럼에도 <고향의 봄>은 여전히 한국인이 사랑하는 동요로 손꼽힌다.
이는 이 노래가 노랫말의 문학성이나 멜로디·리듬의 교육적 가치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오래 누적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흔히 <고향의 봄>을 아리랑과 함께 한민족의 정서를 대변하는 노래로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서 그 가치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은 평안할 때는 고향을 잊고 살지만, 외롭고 힘들 때는 의지할 곳을 찾게 된다. 위안과 안식이 필요한 순간에 떠오르는 공간이 고향이다. <고향의 봄>은 바로 그 마음을 건드린다. 지금도, 앞으로도 ‘힐링’과 ‘웰빙’은 중요한 화두일 텐데, 그 근원에는 결국 평화롭고 편안한 일상을 그리는 고향 이미지가 있다.
고향은 거창한 이상향이 아니다. 남에게 해코지당하지 않고, 자유롭고 편안하게 인정이 오가는 소박한 일상의 안식처다. 일제강점기에는 탄압 없는 일상을 바라는 마음이었고, 분단 시대에는 가족이 함께하는 행복이었으며, 산업화 시대에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마음이었다.
해외 동포들에게는 망향과 향수를 달래는 노래로, 코로나로 평범한 일상조차 무너졌던 시기에는 ‘고향 같은 일상’을 그리게 하는 노래로 다시 불렸다.
결국 우리 삶에 외로움과 고단함이 존재하는 한, 문화공동체가 이어지는 한, 동심의 가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오래 사랑받을 것이라고 본다.
추진위원장으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는 장면이 있다면.
가을 행사로 마무리될 예정인 ‘한민족이 함께 부르는 고향의 봄’ 이벤트다. 해외 여러 나라 동포들과 교류하면서, 국내에 사는 우리와는 또 다른 결로 <고향의 봄>을 품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절절한지 체감했고, 그 경험이 이 사업에 더 집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창원은 도시 규모에 비해 글로벌 문화콘텐츠가 부족한 편이다. <고향의 봄>을 사랑하는 동포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정서적 공감대를 만들고, 쌍방향 소통을 이어간다면 창원의 글로벌 문화도시 이미지를 높이는 동시에 관광산업 진흥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창원 시민들에게 한 말씀한다면.
<고향의 봄>은 근대사의 굴곡 속에서도 시대마다 새롭게 해석되고 보편적 정서를 담아 재창조되며 한 세기를 건너왔다. 그런 만큼 오늘의 기준으로 쉽게 재단되거나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신문화 자산은 한 번 꺾이면 되살리기 어렵고, 아끼고 사랑할 때에만 가치가 유지·확대된다.
올해 100주년 행사에 창원 시민들이 적극 참여해 함께 즐기며, 창작 배경지에 사는 시민으로서 문화적 가치를 다시 확인하고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나아가 시민들의 열정이 해외 동포들에게도 널리 전해져 ‘국제 문화도시 창원’ 이미지를 한층 키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 김일태 위원장은?
·시인
·고항의봄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장
·이원수문학관 관장
·(재)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사)고향의봄기념사업회 회장
·경남문협, 창원예총 고문
글 박준혁 월간경남 기자, 사진 전강용 편집위원·이원수문학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