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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지방선거 ‘최대 뇌관’ 경부울 행정통합

소멸 위기에 ‘뭉치자’ 공감대… 실질적 자치권 놓고 진통

  • Editor. 월간경남
  • 2026년 03월호

권역은 커졌는데, 행정은 아직 ‘시·도 칸막이’
통합의 본질은 ‘합치기’가 아니라 ‘권한 이전’
특별법 한 줄이 갈린다…돈·조례·인사, 어디까지 가져오나
균형발전 인센티브 vs 내부 쏠림…상생 설계가 승부처
주민투표 앞두고 커진 숙제…속도보다 공론화와 합의

 

 

부산에서 일하고 경남에서 생활하는 통근, 울산의 공장과 부산의 항만, 경남의 협력사가 맞물린 생산망. 생활권이 겹치면서 “경부울은 사실상 하나”라는 말도 더 자주 나온다. 다만 제도는 여전히 행정구역의 경계를 기준으로 작동한다. ‘현실의 권역’과 ‘제도의 경계’가 어긋나는 지점에서, 행정통합 논의는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광역단체 간 통합 논의가 국회로 번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장 먼저 제도화 단계에 들어선 곳은 광주·전남이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 통합특별시가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충남·대전, 대구·경북도 통합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해당 특별법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는 못했다.

경남·부산의 행정통합 논의도 본격화 국면에 들어섰다. 다만 두 지자체장은 ‘속도전’보다 ‘설계’를 앞세운다. 실제로 전남·광주 특별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 부산과 경남은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경남도는 심의 과정에서 자치입법권·재정권 등 핵심 권한이 삭제·축소됐다고 문제를 제기했고, 부산도 ‘행정권한이나 재정권 이양 없는 통합은 빈껍데기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반발했다. 통합을 하더라도,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가져오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정치권도 같은 지점에서 갈린다. 민주당은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대응을 위해 통합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보지만, 국민의힘은 ‘졸속 입법’ 우려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지난 1월 1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행정통합에 대한 최종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Gyeongnam + Busan

'광역화’ 논의, 이제는 ‘행정통합’으로

행정통합 논의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의제가 아니다. 뿌리는 균형발전 전략으로 제시돼 온 ‘초광역권’ 발상에 닿아 있다. 인접한 지자체가 행정·경제·생활권의 경계를 낮추고 네트워크를 확대해 하나의 권역으로 움직일 때 경쟁력이 생긴다는 논리다. ‘특별지자체’로 몸집을 키운 뒤 권한을 강화하고 산업·인프라를 갖추면 수도권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축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 뒤를 받친다.
균형발전의 이름으로 지역 재편이 반복해서 논의돼 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5+2 광역경제권’ 구상은 지역 구분과 통합 정책을 시도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그 과정에서 마산·창원·진해의 마창진 통합도 이뤄졌다. 경남에서는 2018년 민주당 소속 경부울 단체장이 함께 추진한 ‘부울경 메가시티’도 있다. 이름은 달랐지만 ‘권역을 키워 성장의 단위를 바꾸자’는 문제의식은 이어져 왔다.
지난해 조기대선 과정에서 이 논의가 다시 전면에 올라온 것도 그 연장선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김경수 후보의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구상을 이어받았고,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 역시 균형발전을 위해 초광역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에는 초광역권의 실행 방식으로 ‘행정통합’이 보다 선명한 대안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8월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경남·부산 행정통합 시도민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충남 지역 타운홀 미팅에서 행정통합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으로 지역 균형발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의 성장 거점이 있어야 하고, 세계적인 추세를 보더라도 광역화가 일반적인 경로라는 설명이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부는 해양 수도, 남부 벨트를 만들고 중부는 행정 수도로 행정 벨트를 만들고, 서울·경기·인천은 문화·경제 수도로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규모가 나눠져 있으면 되질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부 구상의 전제는 결국 ‘규모’다.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행정단위도 그에 맞게 재편돼야 한다는 논리다.
경남·부산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수도권 집중과 인구 감소 속에서 산업·교통·행정 체계를 광역 단위로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 흐름 속에서 부산과 경남은 ‘행정통합’을 공식 의제로 올렸다.

경남도와 부산광역시가 2024년 11월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식 출범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남도와 부산광역시가 2024년 11월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경남·부산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식 출범식을 가진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론화 절차는 2024년 11월 8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출범으로 시작됐다. 공론화위는 부산·경남 두 지역 민간이 주도하는 임시 기구로, 행정통합 관련 정보 제공과 의견 수렴, 토론회·설명회, 여론조사 등을 통해 시도민이 참여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 주력해왔다. 공론화위는 활동 결과를 토대로 2026년 1월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최종 의견을 발표하면서도, 반대 의견과 지역별 온도 차가 존재하는 만큼 최종 결정은 주민투표로 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영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이 경남·부산 행정통합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김기영 경남도 기획조정실장이 경남·부산 행정통합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론화위가 실시한 최종 여론조사(2025년 12월 23~29일, 만 18세 이상 4,047명)에서는 행정통합 찬성이 53.6%(부산 55.5%, 경남 51.7%)로 나타났다. 2023년 조사 대비 1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반대는 29%로, 2023년 대비 16.6%포인트 하락했다. ‘통합 필요’ 여론이 커졌다는 점은 확인되지만, 동시에 “어떤 통합이어야 하느냐”는 질문이 더 무거워진다.

이후 1월 28일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공동 입장문을 내고 올해 안으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2027년 특별법 제정, 2028년 통합 완성으로 이어지는 단계적 로드맵을 제시했다. 다만 정부가 재정·자치분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수용할 경우 통합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조건도 달았다. ‘통합의 속도’보다 ‘통합의 내용’이 먼저라는 입장으로 읽힌다.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현준 부산시장이 지난 1월 28일 부산신항 내 동원글로벌터미널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입장 발표 후 악수를 나누고 있다

 

권한 확대인가, 쏠림인가

행정통합의 성패는 결국 ‘무엇을 얼마나 가져오느냐’에 달려 있다. 이름만 바꾸는 통합인지, 권한과 돈이 따라오는 통합인지에 따라 지자체들의 입장이 갈린다. 경남과 부산이 전남·광주 통합특별시 특별법 심사 과정을 지켜보며 “핵심 권한이 삭제·축소됐다”, “자치입법권·자주재정권·지역설계권이 갖춰지지 않으면 ‘빈껍데기 통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대 효과는 크게 두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는 권한 확대를 전제로 한 정책 추진력이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설치 특별법안(대안)’에는 국무총리 소속 지원위원회를 두고 기본계획 수립·시행, 권한 이양, 재정지원 사항을 총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치입법권 강화, 예산 독립성, 의정지원체계 강화가 거론되고, 집행부는 행정기구·정원·인사 운영 자율화, 총액인건비 규제 배제, 인사권 이양 등 조직·인사 특례가 포함됐다. 재정 분야로는 교부세 산정 특례, 지방채 발행, 지방세 감면 특례 등 ‘통합특별시의 행정·재정 권한 확대’를 뒷받침하는 조항들이 제시됐다.
둘째는 중복 행정 조정과 서비스 체계 정비다. 통합이 현실화되면 광역교통, 산업·물류, 공간계획 같은 의제를 권역 단위로 묶어 설계할 수 있고, 겹치는 사업과 조직을 정리·재배치할 여지가 생긴다. 다만 이는 ‘통합’이라는 간판만으로 자동 실현되는 효과가 아니다. 실제로는 특별법 조항과 후속 시행 계획이 어느 정도 정밀하게 짜이느냐가 관건이다.

우려도 뚜렷하다. 첫째는 권한·재정이 빠진 통합의 역효과다. 전남·광주 특별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는 과정에서도 “재정·분권 특례가 상당 부분 빠진 채 처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고, “자생력을 담보할 핵심 조항이 없으면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경남과 부산이 같은 국면에서 ‘정부 주도 속도전’에 유감을 표하며 완전한 재정 자치권 보장을 급선무로 내세운 것도, 통합이 ‘이름만 바뀐 행정조정’으로 끝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드러낸 장면이다.

둘째는 권역 내부 쏠림과 갈등이다. 통합 이후 청사와 핵심기관을 어디에 둘지, 상생기금(균형발전기금)을 어떤 원칙으로 운용할지 같은 문제가 남아 있다. 

규모·재원·배분 기준이 문서로 촘촘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주변 지역은 ‘통합 비용’만 체감할 수 있다. 통합 찬반을 떠나, 특별법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으로 상생기금 설계와 기관 배치 원칙이 반복해서 거론된다.

 

김경수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10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부산·경남 등 행정통합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균형발전, 얼마나 ‘보장’될까

정부는 앞으로 만들어질 ‘통합특별시(가칭)’에 대해 연간 최대 5조 원, 4년간 최대 20조 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 부여와 창업 환경·세제 지원 등을 약속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통합자치단체 지원 구상을 발표하며 “확실한 인센티브와 그에 상응하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행정통합 교부세와 행정통합 지원금(가칭) 신설 등 국가 재원의 재배분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2027년 본격 추진 예정인 2차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해 “통합특별시 지역을 우선 고려하되, 이전 기관은 지역 선호·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추후 논의하겠다”고 언급했다. 
기업 유치에 대해서도 고용보조금과 교육훈련지원금 지원, 토지 임대료 감면, 각종 개발사업에 대한 지방세 감면 등을 검토하고, 국유재산 임대 기간 확대와 사용료 감면도 추진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통합특별시에 신설되는 특구는 기회발전특구 수준으로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후 국회에는 행정통합 특별법이 제출되며 지원과 권한 부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절차가 이어졌다. 각 정당이 발의한 법안에는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위상 부여, 지방 분권·재정 자립을 위한 특례 조항, 지역별 산업 지원 특례나 현안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다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일부 조항이 빠지거나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국가 운영 기준과 타 지자체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다수 특례 조항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국회를 통과한 사례로 거론되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에는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고, 석유화학·조선산업 등에 대한 국가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며, 지방재정법상 한도를 초과하는 지방채 발행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것이 다른 지역 통합 논의의 ‘기준점’이 될 경우, 핵심 권한이 얼마나 유지될지에 대한 경계심도 함께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월 5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박완수 지사의 행정통합 지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청년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2월 5일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박완수 지사의 행정통합 지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방향과 과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치권 보장 온도 차·주민 수용성 문제

지자체와 정치권이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통합이 필요하다”는 큰 틀에서는 공감하면서도 통합 추진에 이견이 이어지는 것은, 지역이 요구하는 자치권과 법적으로 보장되는 자치권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남과 부산에서는 △자주재정권 △자치조직권 △자치입법권 등 ‘3대 자치권’이 먼저 확보돼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통합 자체보다, 통합 이후를 지탱할 ‘자치 엔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일단 통합을 결단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부 입장과 맞선다. 이 대통령은 지방선거 이전이 적기라고 강조해 왔고, 김 총리도 대정부 질문에서 “이번에 통합을 못 하면 4년 뒤로 넘어가기 때문에 일단 통합하고 부족한 건 채워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경남도는 법사위를 통과한 통합특별법에 대해 조례 제정 시 중앙 부처의 사전 협의·동의 절차를 그대로 두면서 지역 스스로의 정책 결정을 가로막는 관행을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의 지방세 이전 등 항구적 세수 확보 방안이 삭제됐고, 정부가 약속했던 재정 인센티브의 법적 근거가 미반영됐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가 약속한 ‘4년간 20조 원 규모 지원’ 역시 한시적이라는 점을 들며, 현재 8: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4로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도 제시했다.

부산시가 공개한 행정통합 특별법안에는 각종 조례를 스스로 제정할 수 있게 해 법적 위상을 갖추고, 양도세 100%와 법인세 30%를 통합특별시 몫으로 돌리는 방안이 담겼다.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중앙정부로부터 넘겨받고, 예비타당성 면제 같은 도시개발 주도권 역시 통합특별시가 갖도록 한다는 구상도 포함됐다. ‘통합’이 곧 ‘권한의 이전’이어야 한다는 요구가 구체화된 셈이다.

행정통합 논의 내내 문제로 지적돼온 주민 수용성도 여전히 남는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모두 지역에서는 속도전 우려와 함께 주민 의견 수렴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전국 251개 시민사회단체와 진보 성향 야당도 특별법이 법사위에 상정된 날 ‘숙의 과정 없는 졸속 추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통합 중단과 공론화 선행을 촉구했다. 통합의 명분이 ‘균형발전’이라면, 그 과정 또한 주민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글 박준혁 월간경남 기자
사진 경남도·부산시·경남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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