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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자가 동정맥루’ 투석 환자 20년 좌우

내 혈관으로 잇는 생명줄

  • Editor. 월간경남
  • 2026년 02월호

인조혈관보다 감염 위험 낮고 장기간 사용
하이브리드로 접근… 안정적인 미래 설계
정기적 초음파 검사·관리로 기능 유지해야

투석 환자에게 혈관은 단순한 신체 기관이 아닌 생명을 유지하는 통로이자 ‘생명선’이다. 동정맥루가 막히면 투석 자체가 불가능해지고, 감염이 발생하면 치명적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첫 단추를 어떻게 끼우느냐가 향후 투석 환자의 10년, 20년을 좌우한다.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추원공 교수는 “2019년 미국신장재단 가이드라인을 비롯한 국제 혈관 접근 권고안들은 가능한 경우 자가정맥 동정맥루를 ‘일차 선택(access of choice)’으로 권고한다”며 “자가혈관은 인조혈관보다 감염률이 현저히 낮고, 협착이나 혈전 발생률도 적으며, 장기 개통률 또한 월등히 우수하다는 의학적 근거들이 충분히 축적돼 있다. 자가혈관은 초기 조성이 어렵고 통상 6~12주의 성숙 기간이 필요하지만, 한 번 자리 잡으면 오래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조혈관은 구조적으로 감염과 혈전, 폐쇄 위험이 커 장기적인 성적이 떨어진다. 인조혈관을 사용하다 폐쇄되거나 감염이 발생하면 입원 치료와 재수술, 혹은 고가의 혈전 제거 시술이 반복된다. 특히 인조혈관 감염은 면역력이 떨어진 투석 환자에게 패혈증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이는 환자와 가족에게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언제 또 혈관이 막힐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을 안겨준다.

문제는 모든 환자가 자가정맥 동정맥루를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추원공 교수는 “고령 환자, 장기간 입원으로 정맥이 소진된 환자, 과거 시술로 중심 정맥이 협착된 환자 등 자가혈관을 만들기 어려워 보이는 상황은 흔하다. 이 경우 많은 의료기관이 인조혈관으로 쉽게 방향을 바꾸게 된다”며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적 평가와 적절한 기법을 활용하면 자가혈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때 중요한 술기 중 하나가 하이브리드 접근법”이라고 말했다.

좁아진 정맥을 수술 전후로 혈관 내 시술로 확장시키고, 동시에 자가혈관 연결 수술을 시행하는 방식으로, 자가혈관의 사용 가능성을 크게 넓히는 것이다. 절차가 복잡하지만, 투석 혈관의 장기 개통률 향상, 감염 감소, 재시술 빈도 감소, 의료비 지출 감소, 생존율 향상이라는 실질적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게 추 교수의 설명이다. 또 하나 중요한 기법이 기저정맥 전위술(basilic vein transposition)이다.

추원공 교수는 “기저정맥은 팔의 깊은 곳에 위치해 직접 활용하기 어렵지만, 역설적으로 손상 없이 보존돼있는 경우가 많아, 이를 표층으로 끌어올려 동정맥루로 재구성하는 수술”이라며 “넓은 절개와 섬세한 박리·문합 기술이 필요해 일반적인 센터에서 쉽게 시행되지 않지만, 얇은 혈관이나 해부학적 조건이 좋지 않아 인조혈관이 유일한 선택지로 보이던 환자에서도 자가혈관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추 교수는 “하이브리드 시술과 기저정맥 전위술은 술기가 까다롭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해 임상 현장에서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방법이지만 환자가 평생 사용해야 하는 혈관을 가능한 한 오래, 안전하게 보존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며 “기존에 인조혈관을 권유받았던 환자들도 자가혈관 동정맥루로 안정적인 투석을 이어가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투석동정맥루 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상 소견의 조기 발견이다. 추 교수는 “스릴이 약해지거나, 팔이 붓거나, 색이 변하거나, 바늘을 찌를 때 혈류가 이전보다 좋지 않다면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숙련된 의료진의 신체검진만으로도 이상 소견의 약 90%는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는 연구들이 있으며, 기능이 완전히 소실되기 전에 적절한 중재를 시행하면 간단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6개월마다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관 상태를 평가하는 것을 권장한다”며 “환자 스스로도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는 자가 관리 습관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투석 혈관은 처음 확보하는 것 자체도 어렵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만드는 과정은 더욱 제한적이다. 추 교수는 “해부학적 조건이 가장 우수한 정맥을 선택해 안정적인 자가혈관 동정맥루를 구축하면, 이후 관리 과정에서 합병증을 줄이고 기능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며 “수술, 혈관 내 중재술, 정맥 전위술 등 다양한 기법을 적절히 조합해 자가혈관으로 접근로를 만드는 전략은 인조혈관 없이도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투석 혈관을 확보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정맥루는 환자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주요 생체 자원인 만큼 정기적 평가와 세심한 관리로 최대한 오랫동안 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환자의 예후와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추원공 교수는 “투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닌 긴 마라톤과 같다. 따라서 당장의 수술 편의성보다는 환자가 10년, 20년 뒤에도 합병증 걱정 없이 평온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과 설계가 필수적”이라며 “투석 혈관 관리는 수술 기술만이 아니라 환자 교육, 정기적 모니터링, 신속한 문제 해결이 통합된 종합적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될 때 최상의 결과를 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글 차상호 문화체육부장, 도움말 추원공 창원한마음병원 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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