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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한끼] 진해 웅천 ‘해물나라’와 베이커리 카페 ‘깜빠뉴’

[옥영숙의 내돈내산] 찬바람에 텀벙, 물 만난 물메기

  • Editor. 월간경남
  • 2026년 02월호

진해는 구한말 군항으로 개발된 이후 우리나라 해군의 요람지로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군항도시다. 난바다에서 진입하는 파랑을 막아주는 천연적인 항만으로 벚꽃축제가 유명하다.

진해란 이름은 삼진지역에 있었던 진해군에서 유래한다. 본래 웅천군이 1912년 웅중면과 웅서면의 일부가 합쳐 진해면으로 개편되면서 진해로 불리기 시작했다.
웅천은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성곽이 남아 있다.
세종 16년(1434년)에 축조된 웅천읍성은 삼포왜란과 임진왜란의 흔적을 간직한 역사적인 성곽이다. 조선 후기까지 행정의 중심지로 군사적 거점으로 활용되었던 중요한 역할을 했던 웅천읍성은 경상남도 기념물 제15호로 지정되었다. 독립운동가 주기철 목사 기념관과 김조이 여성 독립운동가의 생가지가 웅천에 있어 항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양공원의 일출
해양공원의 일출

 

수필가 강수찬 전 진해예총 회장과 웅천 나들이

진해예총 회장을 역임한 강수찬 수필가는 2002년 ‘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마산서 태어나 진해에 정착해 전기사업가로 활동해 온 강수찬 수필가는 진해에 대한 애정이 깊다.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한다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오고 언젠가는 결실을 볼 수 있다는 철학을 지니고 산다.

근간에 발표한 ‘사부작사부작’은 기행수필로 네 번째 수필집이다. 작가 자신만의 삶의 궤적에 나온 결과물로 사람과 나무와 꽃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전기기사에서 사업가가 되기까지, 삶에 대한 고백과 끊임없이 변화해 온 사회, 문화를 수필로 따뜻하게 그려냈다. 발길로 시작된 올레길, 둘레길, 서피랑 동피랑 길을 비롯해 실크로드와 세계 곳곳을 누볐다. 여행이 주는 삶의 지혜로 깨우침과 건강을 덤으로 주었다며 사회사업과 장학사업에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진해문인협회장, 진해예총 회장, 진해예술촌장을 역임했다. 또한 경남수필문학회장과 붓꽃문학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전기기술인협회 경남도회 고문이기도 하다. 경남문인협회 우수작품집상, 경남 올해의 작가상, 산해원문화상 행원상을 받았고, 모범납세자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주인장의 30년 손맛으로 
차린 푸짐한 한상… 
입안에 넣는 순간 ‘사르르’


웅천 ‘해물나라’에서 물메기회무침과 물메기탕

강수찬 수필가는 목표를 정해 자격증을 획득하고 일을 찾아 진해로 와서 전기사업으로 성공했다. 사업을 하면서 손님을 접대하거나 직원들 회식, 혹은 가족모임 때마다 찾아오는 30년 단골 식당 ‘해물나라’에서 겨울 별미 물메기를 먹었다.
‘해물나라’는 진해구 웅천중로 50에 위치하며 대표 주인장은 이미자다. 남편이 웅천 토박이 어부라서 100% 자연산 활어가 가능하다. 산 넘어 명동과 제덕을 사이에 두고 결혼한 부부는 웅천을 떠나지 않고 고향지킴이로 ‘해물나라’를 하고 있다. 웅천 사람들이 주 고객으로 숨은 맛집이다.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

봄이면 도다리쑥국, 보리누름에는 고랑치미역국을 먹고, 무더운 여름철은 보양식으로 장어구이를, 찬바람이 불면 떡전어가 나왔다며 단골을 부르는 어부의 집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물때가 좋아 운이 좋다며 피조개와 키조개 관자를 접시 가득 채워준다. 웅천의 특산물로 파도가 잔잔하고 조류가 심하지 않은 뻘질이나 사니질에 서식하는 피조개는 일본 등지로 수출해 외화 획득으로 자식 공부시켰다는 효자 어패류다. 피조개의 신선한 육질은 초밥용으로 각광을 받고, 육질이 가장 좋은 겨울철이 맛있다고 한다. 

식감좋은 피조개와 관자

그날그날 어획량에 따라 상차림이 달라지는 밥집이다.
‘해물나라’에서는 계절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것이 팁이다. 물메기회무침은 연한 살점을 뭉텅뭉텅 포를 떠 삼채, 미나리, 세발나물, 갖은 야채를 넣고 초무침하면, 탄력이 생긴 살점은 부드럽고 몰캉하고 달달해서 시원한 식감으로 씹을 새도 없이 술술 넘어간다. 

겨울 별미 물메기회무침
겨울 별미 물메기회무침

삼채가 주는 알싸한 맛과 미나리의 상큼한 조합에 씹을수록 친근해지는 달콤새콤한 맛이다. 부드러운 풍미는 담백하고 잡내가 일도 없다. 손꼽히는 겨울 별미 중 하나인 물메기회무침이다.

한 마리 물메기를 일부 살을 발라 회무침하고 남은 몸체로 무 넣고 맑은 탕으로 먹으면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시원한 식감으로 살은 부드럽고 담백해서 호로록호로록 그냥 넘어간다. 뼈에 붙은 달걀흰자처럼 흐물흐물한 연한 살집은 특유의 상큼한 맛이 있다. 
씹을 필요도 없이 훌훌 넘어가는 뽀얀 살점이 몽글몽글하니 하얀 순두부 같기도 하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버려 몸에 바로 흡수되는 느낌이 호들갑스럽다. 특히 동지 전후에 잡은 물메기는 대구보다 맛이 좋다고 평한다.

찬바람이 불면 ‘해물나라’에는 물메기탕과 대구탕이 대표 메뉴다. 메뉴는 여느 횟집이나 비슷하지만 어부가 운영하는 식당이라 푸짐하다. 정이 넘치는 밥집이다.

시원한 물메기탕
시원한 물메기탕

일반적으로 횟집 매운탕은 생선회 뜨고 난 뼈다귀로 끓이는데 이곳엔 뼈뿐만 아니라 생고기를 넣은 푸짐한 양에 놀라게 된다. 직접 잡은 고기라 손끝에서 인심 난다고 매운탕이나 회덮밥이나 싱싱하고 푸짐하다.
미거지, 꼼치, 물메기는 생김새가 워낙 비슷해 전문가가 아니면 구별하기 어렵다. 게다가 지역에 따라 충청도는 물잠뱅이, 바다미꾸리로, 강원도는 곰치, 물곰, 물텀벙이, 마산과 진해는 물미거지, 미거지, 물메기 등으로, 부르는 이름이 중구난방이다. 울진 친구는 곰이라 부른다고 했다. 어종을 정확히 구분하려 하면 한도 끝도 없다.

낙지땅땅이와  가리비
낙지땅땅이와  가리비

옛날 어부들이 다른 생선을 잡다가 곰치가 딸려 나오면 못생긴 생김새에 재수 없다고 바다에 버릴 때 텀벙텀벙 소리를 내어 ‘물텀벙이’라고 불렀다.

특히 술꾼에게는 숙취 해소에, 여성들에게는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를 낸다고 한다, 정약전도 ‘자산어보’에 “고기 살이 매우 연하고 뼈가 무르다. 맛은 싱겁지만, 술병을 곧잘 고친다”고 적어뒀다. 못생겨서 천대받던 물고기가 겨울 생선의 백미로 귀한 몸값을 자랑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웅천읍성을 둘러보았다. 왜적이 성벽에 접근하지 못하게 방어력을 높인 인공 도랑 해자가 있는 읍성은 도랑이든 성벽이든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다. 해자가 있어 개폐식 다리 조교가 있던 반대편과 달리 웅천우체국과 주택가로 연결되어 있어 문 하나 사이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웅천읍성
웅천읍성
웅천읍성
웅천읍성

 

32년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건강한 빵… 
나눔의 손길도 ‘빵빵’

 

진해에는 베이커리 카페 ‘깜빠뉴’가 있다

깜빠뉴(campagne)는 프랑스어로 시골빵을 뜻한다. 그냥 빵에서 바게트와 구분하기 위해 깜빠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프랑스 농민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밀가루, 소금, 물, 천연 발효종을 사용해서 만들어 먹던 빵이다.

레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이 훔친 빵이 바로 깜빠뉴라고 한다. 과거 산업화 이전에는 프랑스 마을마다 공용 화덕이 있어서 같이 빵을 굽고 며칠 동안 보관해서 먹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통밀빵으로 만들었다면 현대는 반죽에 여러 곡물을 섞기도 하고 견과류나 올리브, 무화과, 건포도 등 재료를 첨가해 다양한 맛과 풍미를 가진 깜빠뉴가 탄생하게 되었다.

대전 하면 성심당, 진해 하면 베이커리 카페 ‘깜빠뉴’가 있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덜 짜고 덜 달게 먹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다양한 종류의 빵이 출시되는 시간에 맞춰 방문하게 된다.

진해구 충장로 657번길 16-1 ‘깜빠뉴’가 그렇다. 베이커리 카페답게 빵과 디저트 음료를 팔고 있어 간단하게 빵과 커피로 점심으로 충분하기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점심시간에 방문했더니 만석으로 자리가 없어 돌아가는 손님들이 있었다.

깜빠뉴 전경
깜빠뉴 전경
깜빠뉴 실내 모습

‘깜빠뉴’의 시그니처는 마늘 바게트와 양파 베이글, 모둠 타르트 케이크, 검정고무신 등이다. 마늘 바게트는 마늘과 버터, 파슬리의 조합으로 비주얼과 독특한 풍미로 마늘을 싫어하거나 잘 먹지 않는 사람도 마늘빵만큼은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겉은 바싹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으로 따뜻한 우유나 커피와 먹으면 조합이 좋다.

마늘 바게트

타르트는 화려한 비주얼과 생과일 케이크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밀가루와 버터를 섞은 반죽을 파이접시로 구워 그릇 형태를 만든 뒤 담긴 재료가 그대로 보이게 하는 달콤한 맛이다. 바삭하고 고소한 타르트지가 베이스를 이루고 그 위에 부드러운 크림치즈나 커스터드 계열의 크림을 채우고 그 위에 신선한 딸기, 블루베리, 갖은 과일이 빈틈없이 올라간 구조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선물용으로 손색이 없을 만큼 생과일 듬뿍 올라간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모둠타르트

양파 베이글은 구워졌을 때 금방 먹어야 최고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빠삭하고 구수한 맛이 양파랑 어우러져 환상적이다. 겉은 바삭하고 고소하면서 속은 짭조름한 양파향이 느껴져 건강함이 쑤욱 들어오는 식감이다.

양파 베이글
먹물크런치와 슈브레드, 치즈브리오슈

치즈 브리오슈는 부드러운 브리오슈 빵 속에 쫄깃함이 가득하다. 은은한 단맛과 진한 버터 향, 우유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커피랑 먹으니 너무 맛있다. 식빵과 케이크의 중간 질감에 이구동성으로 맛있다며 입을 모았다. 촉촉하고 쫄깃한 식감이 갓 구워져 따뜻할 때 먹으니 구수한 향미가 확 올라왔다.

검정고무신은 우유 버터와 팥이 들어간 앙버터 빵으로 정말 맛있다. 마카롱 또한 빠질 수 없는 이 집의 대표 메뉴다.

검정고무신
블루베리, 얼그레이, 딸기타르트

제빵사로 시작해서 빵을 만든 지 32년째다. 고려당에서 배움을 시작해 독일빵집 공장장으로 한길로만 파고들었다. 오롯한 장인정신으로 대한민국제과기능장과 경상남도 명장을 획득하고 2018년 대한민국 명장에 도전하다 과로로 쓰려져 아직도 재활 치료 중이다. 지금도 빵에 대한 열정으로 정기적으로 ‘깜빠뉴’를 방문해서 점검하고 지켜가는 초심을 잃지 않는다.

‘깜빠뉴’에서는 그날 팔고 남은 빵을 할인 판매하지 않고 인근 지역 아동센터나 장애인 복지재단에 기부한다. 나눔 기부활동은 직접 만든 빵을 다양한 방식으로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따뜻한 봉사활동이다. 또한 창업할 당시 직원들이 한 일자리에서 장기근속하고 있다는 것은 ‘깜빠뉴’의 자부심이고 근무 환경, 성장성을 고려한 건강한 동료애가 있기 때문이다.

깜빠뉴 실내 모습
깜빠뉴 실내 모습

올해 개업 10주년 감사 행사로 12월 한 달 동안 2만원 구매 고객에게 5000원 할인 행사를 했다. 제조업은 고된 노동이 뒤따른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부담, 경쟁력 약화 등으로 복합적인 어려움이 있다. 언제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좋은 원자재를 구입하고 매일 들어오는 재료 수급에 수익성은 떨어지는 현실이다. 그러나 빵에 대한 자부심과 고객들에 대한 보답으로 어려움을 체감하면서도 묵묵히 장인정신으로 빵을 만들고 판매하는 ‘깜빠뉴’다.

진해 웅천에서 삼포로 돌아오는 해안 길에서 강수찬 수필가는 말한다. 올빼미처럼 주경야독하면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왔기에 그 시절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파스텔톤으로 덧칠되었다고. 인생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순간순간을 결정하는 여정이란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수필을 통해 자신을 다듬는 일과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모든 이가 행복해지길 바랐다.

글·사진 옥영숙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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