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15만 원 남해, ‘사람을 붙잡는 돈’이 될까
인구는 늘었지만 효과와 부작용은 숫자로 증명해야
지역화폐로 돈 돌린다… ‘소비 선순환’ 기대 속 풍선효과 우려
연간 702억 원 투입…지속가능성·형평성 논쟁도 커진다
남해군이 ‘기본소득’ 실험대 한가운데로 들어섰다. 남해군은 올해부터 2년간 전 군민에게 매달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 형태로 지급하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살면 돈이 들어오는 지역’은 사람을 붙잡을 수 있을까. 실제로 사업 선정 소식이 알려진 뒤 남해군 인구는 증가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인구 증가가 곧 정책 성과를 뜻하진 않는다. 기본소득을 노린 위장 전입 같은 부작용 가능성도 함께 따라붙는다.
기대가 커질수록 논쟁도 선명해진다. 연간 수백억 원대 재정이 투입되는 현금성 정책이 다른 사업 예산을 잠식하는 ‘예산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근 지자체의 인구를 끌어당기는 ‘인구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월 15만 원은 남해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까. 지역화폐가 지역 상권 매출로 이어지는 ‘소비의 선순환’을 만들지, 전입과 정착을 자극하는 ‘정주 인센티브’로 작동할지, 아니면 풍선효과와 재정 부담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지. 남해군 기본소득은 지금, 기대와 우려를 모두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에 올라섰다.
월 15만 원 지역화폐… 남해 ‘농어촌 기본소득’ 2년 시범
농어촌 기본소득은 2026년부터 2027년까지(2년) 시범지역 주민에게 월 15만 원을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으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기본소득이 인구 감소·고령화로 심화하는 ‘농어촌 소멸 위기’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인구감소지역 69개 군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공모했고, 49개 군(71%)이 신청했다. 이후 평가를 거쳐 2025년 10월 20일 시범사업 대상지 7개 군을 확정 발표했다.
남해를 비롯해 경기 연천·강원 정선·충남 청양·전북 순창·전남 신안·경북 영양 등 7개 군이다. 이들 지역 주민은 2026~2027년 2년간 월 15만 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받는다. 소득, 나이 등 조건은 없다. 남해군 기본소득 사업 예산은 연간 702억 원이다.
재원은 국비 40%(280억 8,000만 원)·도비 18%(126억 3,600만 원)·군비 42%(294억 8,400만 원)로 구성됐다.
장충남 남해군수는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이 군민의 생활 안정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 회복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상 요건을 충족하는 군민은 신청 기간 내 빠짐없이 신청해 달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사람 늘고 돈 돌고
“저희 세 식구만 해도 한 달에 45만 원이 들어와요. 이웃들과 만나면 전부 기본소득 이야기예요. 다들 어디에 써야 생활에 보탬이 될지 기대하고 있어요.” 남해군 상주면에 거주하는 한 군민은 이같이 말했다. 기본소득으로 그의 가정은 연간 540만 원의 소득이 늘었다.
기본소득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입 증가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에 따르면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서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 삶의 만족도와 일·생활 균형이 대조군 대비 각각 8.9%, 8.6% 증가했다. 2022~2024년 지급된 기본소득의 92.5%가 관내에서 소비되는 등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천군 청산면은 경기도가 공모를 통해 선정한 ‘농촌기본소득’ 시범지역이다. 청산면은 경기도의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지역으로, 2022년부터 주민 전체에게 1인당 매달 15만 원 상당의 지역화폐를 지급하고 있다. 2022년 사업 시행 전 3,400여 명 수준이던 청산면 인구는 기본소득 지급이 시작된 그해 말 4,200명까지 늘었다가, 현재는 4,000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청산면이 속한 연천군은 2026년부터 국책 시범사업인 ‘농어촌 기본소득’ 실시 지역으로도 선정돼 2027년까지 같은 금액의 기본소득을 지원받는다. 남해군도 시범사업 선정 이후 인구 증가 효과를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현재 남해군 인구는 4만 770명으로, 50여 일 전인 10월 20일(3만 9,318명)과 비교해 1,452명 늘었다. 같은 기간 지역별 증가를 보면 남해읍이 391명으로 가장 많고, 창선면 296명, 남면 175명, 삼동면 144명 등의 순이다. 반면 상주면은 64명으로 증가 폭이 가장 작았고, 서면 66명, 미조면 68명, 설천면 78명, 고현면 81명, 이동면 90명 등으로 뒤를 이었다.
이런 흐름은 남해군만의 현상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전북 순창 등 다른 시범지역에서도 선정 직후 단기간에 수백 명에서 1,000명이 넘는 전입 인구가 몰리는 양상이 나타났다.
커지는 재정 논쟁… “지속 가능하나”가 관건
문제는 지속가능성이다. 남해군 농어촌 기본소득 사업 예산은 연간 702억 원 규모다. 국비 40%·도비 18%·군비 42%의 매칭 구조다. ‘2년 시범’이라지만, 한 번 제도가 작동하면 주민 체감은 곧 상시 정책에 가깝다. 지급이 멈추거나 규모가 줄어들 때의 반발까지 고려하면, 기본소득은 시작보다 ‘출구’가 더 어려운 정책으로 분류된다.
특히 군비 부담은 가볍지 않다. 남해군 몫인 군비 294억 8,400만 원(42%)은 같은 재원으로 추진해 온 복지·교육·지역 인프라 사업과의 우선순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기본소득이 지역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낼수록 “계속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기 마련이다. 결국 시범사업의 성패는 “효과가 있느냐”만이 아니라 “효과가 있어도 감당할 수 있느냐”로 옮겨간다.
재정 논쟁은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표면화했다. 남해군 사업의 도비는 126억 3,600만 원(18%)인데, 예산 심의 과정에서 도 재정 여건과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함께 제기됐다. 남해만 혜택을 받는 구조가 되면 인접 지역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금성 지원이 다른 필수사업 예산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계속 언급된다.
‘형평성’은 농어촌 기본소득이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시범지역은 전국 7개 군으로 제한돼 있다. 지급이 본격화되면 “왜 우리 지역은 아닌가”라는 문제 제기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인지,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는 정책인지에 대한 평가도 여기서 갈린다. 신청 대상인 행정안전부 고시 인구감소 군 단위 지자체는 도내 거창·고성·남해·산청·의령·창녕·하동·함안·함양·합천 등 10개 군이다.
산청의 경우 지역사회에서 기본소득 사업에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산청군은 지난해 대형 산불과 극한 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고, 재정자립도도 10.5%로 경남도는 물론 전국 평균 대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군은 국·도비 의존도가 높고 자체 수입 기반이 약해 재정 여건이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공모에 불가피하게 참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남해군의 단기 인구 증가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선정 직후 전입이 늘었지만, 그 인구가 남해에 정착한 순증인지, 아니면 주변 지역에서 옮겨온 이동인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인구가 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인구가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정책 효과를 가른다. 예를 들어 인근 하동군은 2015년 5만 259명에서 2016년 4만 9,622명으로 5만 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 4만 명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12월 3만 9,974명으로 4만 명 아래로 내려왔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인구 블랙홀’ 논쟁은 결국 “현금 인센티브만으로 정착이 가능하나”로 연결된다. 주거·일자리·돌봄 같은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본소득이 만든 전입은 단기 체류로 끝날 수 있다. 반대로 이런 기반과 묶이면 기본소득은 정착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동기’가 될 수도 있다.
글 박준혁 월간경남 기자
사진 남해군·경남신문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