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소한 대지에 사잇길 만들어 두 개 공간 설계
휴게마당·중정·주민쉼터로 볼륨 있게 연결
세대를 아우르는 경로당·어린이집 연계 배치
원도심에 부족한 교육·문화체험 활성화 기대
2019년 양산 북부지구 도시재생뉴딜사업을 시작으로 원도심 재생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중 생활기반센터는 원도심 내 부족한 보육시설 및 여가·문화시설 조성으로 젊은 층의 인구 유입을 도모하기 위한 사업이다.
포괄되어야 하는 주요 시설은 △어린이집 △경로당 △여성 일자리 지원 및 취·창업 교육을 위한 ‘여성지원센터’ △도시재생사업을 총괄하는 ‘도시재생어울림센터’ △어린이와 가족 단위 이용객을 위한 ‘문화놀이터’ 등으로, 주어진 연면적과 대지면적에 비해 많은 기능을 담아야 했다.
각 면의 레벨이 다른 비정형의 대지로 건축을 하기에 좋을 땅이라 보기는 어려웠지만 원도심만의 오랫동안 만들어져온 인프라가 있어 사람들이 종종 찾는 곳이며 앞서 진행한 뉴딜사업이 어느 정도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상황이다.
생활기반센터는 원도심에 부족한 기반시설을 제공하며 주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으로, 원도심에서만 볼 수 있는 지역의 분위기로 매력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설계 의도
생활기반센터 내 주요 시설은 노약자의 이동에 장애가 없어야 했다. 하지만 대지는 최대 4m 이상 차이 나는 현황 레벨에다 횡경사로 접한 4개 종류의 작은 골목길과 차도로 둘러져 있고, 볕 좋은 남쪽은 다세대주택이 인접해 있었다. 주민들이 쉽게 와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둘러싸인 길 중 주출입구와 레벨이 같은 위치를 잡아 대지 가운데로 연결 길을 만들었다.
거기에 두 개의 공간을 배치해 만든 사잇길은 휴게마당과 중정, 주민쉼터로 볼륨 있게 연결했다. 길은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세대 간의 교류의 장이 된다. 경로당과 어린이집의 연계 배치는 개인주의 시대의 육아 환경에서 탈피하는 이웃 간의 상생의 요소로, 노인은 유아의 보호 역할을 하고 유아는 고령화돼 활기를 잃어가는 노인사회에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도록 환경을 계획했다.
중정은 대지에 비해 넓게 배치된 실들과 불리한 채광 조건을 극복하는 쾌적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내부에서는 정리되지 않은 주변 경관뷰를 대신해 중정에서 일어나는 사람들의 활동과 건축물로 정제된 하늘뷰로 시선을 이끈다.
2층은 대지의 높은 길과 연결되고 주차장이 조성돼 차량으로 센터를 방문하는 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시설로 배치됐다.
또한 1층의 두 개 공간을 2층에서는 중정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동선을 만들었으며, 2층 주출입구로 가는 통로는 외부 전면도로 축과 연계돼, 방문자는 원도심의 다른 뉴딜사업과 주요 시설들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외부에서는 생활기반센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대지 주출입구에 들어서면 1층 각 시설의 입구가 인식되도록 계획했고, 2층으로 가는 외부 계단 또한 정면에 보인다. 여러 기능이 담겨 있고 형태 또한 정형으로 계획된 시설이 아니기에 자칫 방문자가 복잡하다거나 이용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동선의 시작점에서 쉽게 방문자가 시각적으로 시설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문화놀이터는 평소 작은 도서관과 연계해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며, 상황에 따라 어린이집 유희실의 확장된 공간 또는 주민들의 교육과 만남, 회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설계·시공 과정
이곳은 필자가 대지 근처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교까지 늘 지나다니던 길이었다. 아직도 초등학생 때 미니카 돌리던 문구점이 있고 학교, 학원 가던 지름길이라 믿고 다니던 좁은 골목길도 그대로 있는 곳이다. 그래서 설계 단계에서 대지를 옹벽으로 평탄화하면 쉽게 계획할 수 있는 것을 옛 모습이 사라질까 고집스럽게 대지를 유지하고 좁은 길도 연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온 계획안이 설계공모 심사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실시설계 과정에서는 공사비 문제가 있었다. 2022년 말에 설계권을 부여받아 본격적으로 2023년에 설계를 마무리 짓고 공사비를 산출했는데 예산과 차이가 심각하게 나는 것이었다.
상황을 파악해 보니 2022년 전쟁 발발로 공사비가 크게 상승한 것과 더불어 이 사업에 책정된 사업비가 설계 시작 2년 전 기준에 맞춰 책정된 것이다. 설계공모가 2020년에 진행됐고 2022년에 재공고됐다.
국책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그대로 진행됐는데 예산 또한 변경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공사비가 40% 가까이 초과됐다. 시와 오랜 협의 후 예산을 조금 더 확보했으나 공사비 감소를 위한 설계 변경은 불가피했다.
디자인적 요소는 포기하더라도 설계의 본목적을 위해서 원도심의 재생을 위한 요소는 최대한 살리는 방안으로 수정했다. 외·내장재가 변경됐고, 큰 조경수는 기존 대지에 있던 조경수를 재식재하고 중정과 필로티 하부는 구조적으로 영향이 없는 곳을 자연지반으로 변경했다.
시공 단계에서는 도로의 횡경사가 문제가 됐다. 장애인을 위한 접근로가 바로 옆에 설치됐지만 추가적인 접근로도 무단차 계획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다양한 루트로 접근할 수 있도록 계획한 부분이 어긋나 버렸다.
현재는 그곳에 관목을 심어 막아놓았는데 사용자들이 왕래하면서 자연스레 길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이용 정보
생활기반센터는 지난 7월 25일자로 준공됐다. 경로당과 도시재생어울림센터는 입주해 운영 중이며 여성지원센터도 입주기관이 정해져 조만간 여성을 위안 교육과 지원 등 활발한 활동이 이뤄질 것이다.
어린이집은 국공립어린이집으로 운영 예정이었으나 장난감 대여 및 체험실로 변경돼 현재 내부 인테리어가 재정비 중이다. 앞으로 전체 입주가 완료되면 원도심에 부족했던 보육, 교육, 문화체험 활성화로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기반시설에 더해 이웃끼리 쉽게 소통하는 공간, 살기 좋은 지역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기대한다.
설계 양찬오 건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