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마산회원구 석전동은 오랜 시간 동안 마산지역 상권의 중심지로 기능해 왔다. 특히, 석전시장과 마산우체국 일대는 금융, 행정, 상업 기능이 응집된 도시의 핵심 축이었다. 그러나 도시의 확장과 기능 분산으로 인해 중심지로서의 활기는 점차 약화됐고 석전동 일대는 오랜 시간 재정비를 기다려야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탄생한 경남중앙신용협동조합 사옥은 이 지역의 도시 맥락을 회복하는 거점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단순한 금융기관이 아닌 도시의 흐름을 다시 잇고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였다. 1970~80년대 이 일대에는 상가와 금융기관이 몰려 있어 창원·마산권역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했으며, 석전시장과 연결되는 골목상권은 지역민의 생활 기반이자 교류의 장이었다. 이러한 장소성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희미해졌으나, 여전히 도시의 기억과 맥락 속에서 중요한 지점으로 남아있다.
이러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지점에 위치한 경남중앙신협 사옥은 단지 공간을 채우는 건축이 아닌 시간을 연결하고 관계를 회복하는 매개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는 도시 재생과 공동체 복원의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1970~80년대 금융·상권 중심 석전동에 위치
단순한 금융 공간 넘어 복합건축물로 설계
1층 북카페·상층부 다양한 근생시설 갖춰
지역민 생활과 맞닿은 프로그램·공간 눈길
설계 의도
설계는 지명 현상설계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도시와의 시각적·물리적 단절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방향에서 출발했다. 1층은 금융창구 기능 외에도 북카페를 함께 배치해서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구성했다. 도로와 접한 전면에는 ‘공개공지’와 보행자 쉼터를 조성해 도시와 일상 속 접점을 자연스럽게 유도했다.
건물 외관은 단순한 매스 위에 선형 강조 요소를 배치해 절제된 상징성과 도시적 조화를 함께 고려했다. 상층부는 인접 경남은행과 무학빌딩의 높이를 고려해 설계했고, 유리를 조합한 정제된 입면을 통해 도심 속에 조용히 스며들도록 했다.
또한 이 건물에는 경남중앙신협 외에도 다양한 기관과 근린생활시설(근생시설) 등이 입점해 공공성과 복합성을 갖춘 건물로서 기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금융 공간을 넘어서, 행정·생활 서비스가 융합된 복합 플랫폼의 역할을 강화하는 요소다.
금융이라는 프로그램이 갖는 보안성과 안정성에 대한 요구를 유지하면서도, 건축적으로는 지역사회와 시각적·심리적으로 열린 태도를 가지는 것이 주요 과제였다.
출입구 주변은 시선의 흐름을 고려한 유리 파사드로 계획하고, 기존 석전동 거리 맥락과 연계된 보행 흐름을 통해 자연스러운 유입을 유도했다.
설계·시공 과정
사업 부지는 지반의 90% 이상이 암반층으로 구성된 구조적 특성이 있는 지역으로, 지하 5층까지 차수작업과 지하 터파기 작업이 반복적으로 수행됐다. 특히 지하 구조물의 규모가 크고, 기존 도로 및 건축물과 인접해 있어 진동 및 소음 저감 대책, 안전한 흙막이 공법 적용이 중요 과제로 설정됐다.
지반 정밀 조사 결과에 따라 지중 연약층과 암반 경계부에서의 처짐 방지를 위한 강관말뚝과 띠장 구조 보강이 적용됐으며, 지하수 유입에 대비한 차수벽 공법도 병행됐다. 지하공사는 약 12개월 이상 소요됐고, 이는 예상보다 긴 공기였지만 안전 확보와 품질 유지 측면에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
지하공사와 병행해 상부 구조는 철근콘크리트와 철골 복합 구조로 구성됐으며, 부재 간 연결부는 지진 하중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 해석을 거쳐 보강됐다.
외부 마감 시스템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전면 입면의 유리 커튼월과 수직의 루버로, 커튼월은 공장 제작 모듈러 시스템으로 설계돼 현장 설치 오차를 최소화했고, 실리콘 이중 접합 방식과 유닛 간 간섭 최소화를 위한 조립 시퀀스가 사전 검토됐다.
루버 디자인의 경우 패턴과 배치 각도에 따라 태양광 차폐 효과가 달라지는 점을 반영해 현장 모형(Mock-up) 테스트를 수차례 진행했다.
루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빛 제어와 입면 구성의 중요한 구조적 요소로 기능하므로, 실제 현장 채광 조건을 반영한 1:1 스케일 테스트 후 최종 모델이 결정됐다. 1층 로비는 개방감 있는 천장고와 북카페 공간이 함께 구성돼, 금융업무 대기 중에도 자연스럽게 머무를 수 있는 여유로운 분위기를 형성한다.
넓은 유리창으로 외부 빛을 충분히 끌어들여 실내는 밝고 환하며,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재료감의 마감재가 긴장감보다 안정감을 유도하는 공간 구성으로 계획됐다. 북카페는 단순한 편의시설이 아니라 이 건물이 지역과 소통하려는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이기도 하다.
한편, 9층 중앙신협 본점 로비는 조합의 정체성과 중심 기능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층고가 높고 넓게 트인 공간 속에 절제된 조형성과 조합의 신뢰감을 표현하는 소재와 디테일이 담겨 있으며, 내부 마감은 목재와 돌 소재를 조화롭게 사용해 온화하면서도 견고한 인상을 준다. 외부 테라스와 연계된 시선은 도시 전경과 연결되며, 고객 응대와 내부 업무가 구분돼 공간 간 동선의 명확성도 확보됐다.
이용 정보
경남중앙신협 사옥은 단순한 금융 업무 공간을 넘어 여러 기관과 기능이 함께 어우러진 복합건축물로 구성돼 있다.
1층에는 북카페와 금융창구, 상층부에는 경남중앙신협 본점, 국민연금공단 창원지사, 신협중앙회 울산경남본부 그리고 다양한 근생시설이 함께 입주해 주민들의 행정·금융·생활 서비스가 한 건물 안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건물 외부에는 보행자를 위한 공개공지와 쉼터가 마련돼 있으며, 옥상정원은 업무와 일상 사이의 짧은 여유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또한 지하에는 충분한 규모의 주차장이 확보돼 있어 차량 이용자에게도 편리한 접근성을 제공한다.
이 건물은 도시의 기능을 새롭게 정의하기보다는, 지역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면서도 지역민의 생활과 맞닿은 다양한 프로그램과 공간들을 통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설계 강문철 ㈜지오건축사사무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