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 브라질 | 138분 | 2025년 8월 20일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 월터 셀러스 Walter Salles 원작 | 마르셀로 루벤스 파이바의 회고록 ‘Ainda Estou Aqui’(나는 아직 여기 있어요)
출연 | 페르난다 토레스, 셀튼 멜로, 페르난다 몬테네그로 수입·배급 | ㈜영화사 안다미로
줄거리
바닷가 근처에 예쁜 집. 웃고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한 가족. 어느 날 찾아온 남자들은 아버지를 끌고 갔다. 아내는 물었다. “그는 어디에, 그는 왜.” 사람은 말했다. “그는 없다. 그를 모른다.” 그렇게 시작된 20년의 돌림 노래. 아들은 글을 썼고, 친구는 카메라를 들었으며, 당신은 극장에 앉아 있다. 그날의 영원한 증인이 되기 위해.
브라질 군사 독재 시절
‘아임 스틸 히어’는 1964년부터 1985년까지 이어진 21년간의 군사 독재에 맞선 한 인텔리 가족의 역사를 통해 오늘날 브라질을 비추는 작품이다. 시대적 배경은 한국 현대사와도 겹쳐지며, 영화는 특정 국가의 과거를 넘어 세계가 공유한 억압과 저항의 맥락을 드러낸다. 주인공의 아들이 쓴 회고록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지만, 극 중 인물들의 연기는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생생함을 전한다. 엔딩 크레딧에 실제 인물들의 사진이 등장하면서 감독의 오마주가 더욱 깊게 다가온다.
국가폭력에서 남겨진 가족
월터 살레스 감독은 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남겨진 자들’의 이야기를 집단적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전직 국회의원 루벤스 파이바가 군부에 의해 끌려간 후, 그의 가족은 국가폭력의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영화는 실종된 인물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에 주목한다. 아내 유니스(페르난다 토레스)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기억의 증인’으로서 남편의 부재를 사회적 질문으로 전환한다. 남겨진 자들의 삶은 고통으로 이어지지만, 동시에 저항의 불씨가 된다.
동시대가 공유하는 역사
브라질의 군부 독재는 한 나라의 과거가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가 경험한 억압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한국 역시 1970~1980년대 가족의 실종, 국가의 은폐, 침묵의 강요를 겪었다. 그렇기에 한국 관객은 이 영화를 낯선 역사로 보지 않고 익숙한 상처와 겹쳐 읽는다. 작품은 ‘개인적 기억’이 ‘집단적 기억’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파이바 가족의 상실은 공동체 전체의 상실이며, 유니스의 외침은 사회 전체의 질문으로 번져간다. 영화 속 거실과 시위 현장은 서로 다른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기억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제시된다. 독재의 상처가 개인을 넘어 사회 전체로 스며든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살레스 감독의 연출
살레스는 일상과 폭력을 교차시키며 기억의 이중성을 강조한다. 아이들의 웃음 뒤에 겹쳐지는 발자국 소리, 가정의 따뜻한 풍경 위로 드리운 감시의 그림자는 개인과 집단의 기억이 얽히는 방식을 은유한다. 토레스의 절제된 연기는 개인의 고통을 넘어 사회적 울림을 만들어내며 관객을 집단적 기억의 장으로 이끈다.
‘아임 스틸 히어’는 ‘나는 여전히 여기 있다’는 선언을 개인이 아닌 공동체 전체의 목소리로 확장한다. 남겨진 자들이 진실을 증언하고 기억을 이어가는 과정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의미를 다시 묻는다. 이 영화가 전하는 힘은 단순한 감동이나 눈물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는 여전히 여기 있다”는 집단적 목소리이며, 그 울림은 과거를 넘어 현재와 미래를 향해 이어진다.
수상
‘아임 스틸 히어’는 202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을 시작으로 올해 2025년에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 (드라마 부문) – 페르난다 토레스 수상 및 외국어 영화상 후보, 아카데미상 국제영화상 수상 및 작품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올랐으며, BAFTA(영국 아카데미) 비영어권 영화상 후보, 스페인 고야상 최고 이베로아메리카 영화상 수상, 플라티노상(라틴아메리카·이베로아메리카 최고 시상식) 최우수 이베로아메리카 영화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을 석권하였고, Cinema for Peace Dove상 올해의 가장 가치 있는 영화(Most Valuable Film of the Year) – 수상 및 골드 더비 필름 어워즈, Satellite Awards, 서울 LGBT 평론가상(Dorian Awards), 각종 비평가 협회상, 아시아·미국·브라질 내 여러 영화제 관객상 등을 포함해 총 약 38회 수상, 73회 노미네이션이라는 뛰어난 기록을 세운 올해 가장 핫한 작품이다.
※ 씨네아트 리좀에서 상영 중이며 영화진흥위원회 6,000원 할인권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