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코미디 | 부탄, 타이완, 프랑스, 홍콩 | 107분 | 2025년 1월 1일 개봉 | 전체관람가
감독 | 파오 초이닝 도르지 출연 | 헤리 아인혼, 탄탄 왕추크, 데키라모, 페마 장모 세르파, 탄다 손남
수입·배급 | ㈜슈아픽쳐스
줄거리
2006년의 부탄 왕국. 마침내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도착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민주주의다. 국왕이 자진해서 모든 권력을 내려놓고 민주주의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왕정국가 부탄에서 역사상 첫 번째 선거가 시작될 예정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투표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당국은 모의 선거를 마련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파란당, 빨간당, 노란당 선거로 인해 서로 반목하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 선거 감독관은 마을의 존경을 받는 큰 스님이 총을 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되는데….
민본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
‘총을 든 스님’ 감독 파오 초이닝 도르지는 한 인터뷰 질문에서 “1792년, 부탄 최초로 마련된 법전의 전문은 ‘정부의 목적은 국민에게 행복을 제공하는 것이며 정부가 행복을 제공할 수 없다면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라고 선언합니다. 국민총행복은 우리의 발전을 위한 활동들에 있어서 기본원칙이자 국민과 국가로서 우리가 열망하는 비전입니다.”라고 답했다.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민본주의 국가 부탄은 2006년 왕이 스스로 퇴위를 선언하며 현대사회의 보편적 정치 시스템인 민주주의로 전환한다. 백성을 정치의 중심에 두되, 군주나 지배층에게 있던 권력을 이제부터 국민이 주권을 가지며 스스로 또는 대표자를 통해 통치하는 시스템으로 진입한 부탄은 그동안 어질고 현명한 왕이 전통적으로 불교적 가르침을 중심으로 도덕적이고 선한 국민을 양성하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통치하던 제도(민본주의)로부터 선거와 대의제 그리고 도덕보다 법치주의를 통해 국민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통치에 참여하는 제도(민주주의)로 이행한 것이다.
현대/도시와 시골
작금의 부탄은 물질적 가지와 영적 가치가 혼재하고 법적 강제와 도덕이 갈등을 빚는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도입한 인터넷과 TV를 통해 다른 방식의 삶과 가치가 진입해 오기 시작했다. 부탄의 도시도 여느 도시처럼 익명과 퇴폐 그리고 물밑 거래가 존재하고 부는 성실함만으로는 얻기가 어려워졌다. 도시에서는 가진 자와 더 가지려는 자들이 빼앗긴 자와 착취당하는 자를 양산한다. 그렇게 도시는 자본주의를 지탱하기 위한 ‘개인’들을 만들어낸다. 한편, 도시에서 떨어진 부탄의 시골에는 공동체의 안위를 불교적 도덕으로 지도하는 라마가 있고, 마을 사람들은 그들의 현명함과 어짐을 따른다.
민주주의를 위한 선거제도
이렇듯 오랜 전통 방식의 생활 속에서 공동체를 중심으로 살아왔던 부탄의 시골 구석구석에도 주권을 행사하는 선거를 해야 하고, 한 번도 선거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선거를 가르쳐야 한다. 즉, 차이를 읽어내고 우열을 가리는 일에 나를 개입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기기 위한 반목도 필요하다. 개인은 자신의 선택이 더 나은 것임을 증명하기 위해 필요하면 상대를 공격해야 할 것이고 또 사건의 조작과 험담도 하게 될 것이다. 인류의 역사상 가장 보편적이고 가장 진보적인 제도로 간주되는 민주주의의 본모습이 드러난다.
절대군주제에서 입헌군주제로
인류의 정치체제가 왕정에서 의회민주주의로 이행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건이 아님을 잊고 있었다. 주민들이 공동체를 중심으로 도덕적 가치를 앞세우고 공동책임으로 살아가던 시절이 사실은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었다는 사실을! 더 큰 부의 획득을 위한 탐험으로 자본주의가 생겨났고, 서서히 공동체로부터 떨어져 익명을 얻게 되면서 도시를 팽창해 가고 이렇게 양성된 ‘개인’은 결국 공동체보다 개인이 우선하는 개인주의가 팽창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공동체에서의 어른들은 몸소 바른 행동 실천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이 대부분이니 부끄러운 행동을 삼가야 했다. 종교는 사회적 질서를 위해 금기들을 정착시켰고, 인간의 본능을 순화시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욕심을 제어할 수 있었고 그렇게 행복은 가능했을 것이다.
히말라야 자연 속의 나라 부탄
‘총을 든 스님’은 식민지의 역사를 경험하지 않은, 히말라야 산맥을 품은 부탄의 변화에 대해 코믹하면서도 솔직하게, 조심스러우면서도 정면으로 접근한다. 쟁취된 것이 아니라 평화적으로 이양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필요한 과정들을 익혀가기만 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삶의 방식이 변화할 것이고 또 관계에 대한 새로운 관점들이 생겨날 것이다. 라마의 위상도 점차 약해질 것이고, 높은 행복지수도 흔들릴지 모른다. 그리고 여전히 중국의 야심을 견제하면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 문제를 인식한 감독이 그 해법으로 내놓은 처방은 너무 감동적이며 실질적이라 그저 놀라울 뿐이다. 총이 상징하듯이 앞으로 야기될 폭력, 돈, 그리고 목각 성기가 상징하는 성의 문제. 선거를 두고 생기는 반목 등을 모두 모아 사용할 수 없도록 그리고 행사할 수 없도록 염원을 담아 깊이 묻어버리다니…. 폭력에 대항하는 최고의 시적 표현이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