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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효선의 씨네아트] 퍼펙트 데이

  • Editor. 월간경남
  • 2024년 08월호

드라마 | 일본 | 124분 | 7월 3일 개봉 |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 빔 벤더스    각본 | 빔 벤더스, 타카사키 타쿠마    출연 | 야쿠쇼 코지    한국 수입·배급 | 티캐스트

 

줄거리

도쿄 시부야의 공공시설 청소부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지만 충만한 일상을 살아간다. 오늘도 그는 카세트 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에 비치는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 가서 술 한잔을 마시고,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이가 소원한 조카가 찾아오면서 그의 반복되는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빔 벤더스 감독이 만든 일본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빔 벤던스 감독의 ‘서버머전스’(2017) 개봉 이후 6년 만에 만든 장편이다. 빔 벤더스는 평소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추종자로 유명하다. 그는 칸영화제 인터뷰에서 “오즈가 그의 마지막 영화 ‘꽁치의 맛’을 도쿄에서 만든 지 60년 만에 퍼펙트 데이즈를 촬영했습니다”라고 할 정도이다. ‘The Tokyo Toilet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감독이 도쿄의 지금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서 장편영화로 완성되었다.

 

 

일상

도쿄의 시부야, 지상에 몇 겹으로 포개진 고가도로와 도쿄타워를 매일 지나며 도쿄의 밤이 남긴 오물들이 가득한 화장실과 어린이 놀이터와 신사를 가까이에 두기도 한 도쿄의 화장실들을 정성들여 청소하는 주인공 ‘히라야마’. 내일 또 더러워질 건데 무엇하러 그렇게 열심히 공들여 청소하느냐는 젊은 동료의 핀잔에도 그는 변기와 세면기 그리고 벽면과 바닥을 청소하며 매 순간 완벽을 기한다.

 

‘지금의 순간’에 대하여

매번 같은 동작에 매번 같은 길로 다니며 매번 같은 일을 하며 매번 같은 인물들을 마주하며 사는 그는 어지간한 사고가 있어도 모두 그의 행복한 루틴 속에 녹여낸다. 그는 눈부신 햇살을 흔드는 나무들을 귀하게 바라보며 행복한 감정을 일상으로 느끼며 이를 사진으로 기록하나 어디에 쓸 것인지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 그저 일상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들을 저장해 가는 듯하다. 그렇게 그의 매 순간, 그때마다의 ‘지금의 순간’은 묘하게도 무척 새롭게 느껴진다. 그의 매번 반복되는 루틴의 각 순간들은 순간마다 독립적이나 일상으로 이어져 있다. 그는 그 일상을 행복함으로 채색한다.

 

삶에 대한 감독의 성찰

우리가 꿈꾸는 삶은 어떤 삶일까? 적어도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지 않는 삶일까?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은 누군가가 해주는 공중화장실의 청결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감독은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에 가장 친절하고 깊숙하게 관여하며 그들의 행복에 기여함을 선택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퍼펙트 데이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만든 한국영화 ‘브로커’에 이어 2023년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다. 에큐메니컬상은 영화의 예술적 가치와 더불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과 세계의 복잡성, 정의, 평화, 환경 존중, 연대, 화해 등 기독교적 복음의 가치가 돋보이는 작품에 수여하며, 1973년부터 주요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장편영화에 대한 독립 영화상으로 칸영화제에서 수상했다. 거장들의 지구와 인류에 갖는 애정들을 그도 유감없이 드러낸다.

 

도쿄를 씻어내는 아날로그적 감성

‘음악과 책, 자연과 함께 일상 속 행복을 만끽하는 순간들을 담은 영화’라고 소개하는 야쿠쇼 코지의 한국 개봉을 앞둔 인사말에서처럼 영화는 아날로그적 소재로 관객들에게 보편성을 담은 감성을 끌어내기도 한다. 주로 60년대 70년대의 음악적 정서를 옮겨온 것과 매우 지적인 능력을 요하는 책들을 읽고, 버려지고 밟혀질지도 모를 식물들을 집으로 옮겨와 정성스럽게 물을 주며 동반자로 삼고, 순간순간 자연으로 받은 감흥을 충실하게 사진기에 담는 등 그의 화장실 청소부 외의 또 다른 일상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취향이다. 게다가 갑자기 찾아온 조카와의 며칠과 기사가 운전하고 온 차로 가출한 딸을 찾으러 온 여동생 그리고 병석에 있는 아버지와의 관계를 암시하는 대화들로 그의 청소부 이전의 삶이 상상 가능하다. 그러나 그는 현재 화장실 청소부로서의 매 순간 행복을 만끽하며 단조로운 일상에 책과 음악을 가까이하는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그의 삶이 감독이 사랑하는 도시를 매번 청소함으로서 정화되고 그래서 행복을 지속시키고자 하는 감독의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효선
하효선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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