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는 1억4000만 년 전에 출현해 전 세계에 널리 분포되는 과일이다. 그러나 빙 하기 시기 저온으로 대부분이 멸종되고 동아시아, 서아시아, 북아메리카 지역의 포도만 생존하게 되어 3개의 지리적 종군(種群)으로 분화되었다. 서아시아의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 아라라트산 인류 문명 발생지에서 포도 씨앗 이 발견돼 BC 6000년께 후기 신석기시대부터 포도가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 포도가 언제 도입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신라시대 와당(瓦當)의 포도 문양으로 삼국시대에 이미 포도가 도입됐고, 촬요신서, 농가집 성, 색경 등 조선시대 여러 농서(農書)에 포도가 소개된 것으로 보아 15세기부터 는 널리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10대 왕 연산군 ‘포도 사랑’ 시 지어
조선왕조실록에 포도와 임금에 관한 몇몇 기록이 있는데, 가장 흥미로운 기 록은 조선 10대 왕인 연산군의 포도 사랑에 관한 내용이다. 무더운 여름 경 회루에서 연꽃 구경을 하던 연산군이 시원한 청포도를 가져오라 명하여 도 승지가 진상한 포도를 보고 지은 시가 ‘포도’이다.
얼음 채운 파랑 알이 달고 시원해
옛 그대로인 충성심에 절로 기뻐요
몹시 취한 술독만 풀어주는 것이 아니라
병든 위 상한 간도 고쳐 주어요
술을 좋아하던 연산군은 포도의 디톡스(Detox) 기능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포도에는 간의 독성을 제거하는 콜린(Choline) 성분이 있어 간 기능을 개선시킨다. 수용성 비타민과 같은 물질 로 분류되는 콜린은 체내에서 합성되지만 충분한 양이 아니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가 필요하다.
글 이영숙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사
식물유래 화합물 들어 있어 뇌 기능 개선도
지방간은 콜린의 부족에 의한 것으로, 콜린이 부족하면 간암, 간경변 등의 간 기능 장애뿐만 아니라 불임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예로부터 그해 첫 수확한 포도를 맏며 느리에게 주는 문화가 있어 포도는 다산을 상징하는 과 일이기도 하다. 또한 비타민B가 풍부해 염증을 가라앉 히고 상처를 아물게 하며 체내 노폐물을 배출해 피부병 예방과 피로 해소에 효과가 있다. 이렇듯 포도는 간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체내 노폐물을 배출해 조선시대 임금님의 피로를 풀어주는 디톡스 기 능을 충분히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포도에는 안토시아닌, 카테킨, 퀘르세틴, 레스베 라트롤 등 식물유래 화합물이 들어 있어 뇌 기능을 개선 해 주고 면역력을 향상시킨다. 특히 포도에서 주목받는 성분은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인데 폴리페놀의 일 종인 이것은 포도, 땅콩, 소나무 등의 일부 식물에서 소 량 생성되는 항산화 물질이다.
1회 적정 섭취량은 50kcal로 100g 정도가 적당
미국 UC 데이비스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레스베라트롤 은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효과적인 식이성 항산화제인 비타민E보다 5배 높은 항산화 효과가 있고, 병원균이 침 입할 때 발생하는 세포 신호를 차단함으로써 질병을 예 방하게 한다. 이러한 강력한 항산화 작용은 혈청콜레스테롤을 낮춰준 다. 그뿐만 아니라 레스베라트롤이 항암, 항바이러스, 항 염증, 항노화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포도 효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스베라트롤은 포도의 과피에 주로 들어 있어 포도를 껍질째 먹는 것이 좋다. 유 익한 성분과 효능이 많은 포도일지라도 과한 섭취는 금 물이다. 포도는 당분이 많고 칼로리가 높아 적당량을 먹 어야 한다. 1회 적정 섭취량은 50kcal로 포도 100g을 껍 질째 먹으면 60kcal이다. 캠벨얼리는 20알 정도, 과립이 큰 거봉과 샤인머스켓은 10알 정도 먹으면 적당하다.
포도송이 묵직하고 알맹이 꽉 찬 게 신선
맛있는 포도를 고르는 방법은 송이를 들었을 때 묵직하고 알맹이가 꽉 찬 것이 좋다. 송이를 흔들어 알맹이가 떨어지지 않아야 신선하다. 포도는 윗부분부터 맛이 들 어 점차 아래로 성숙하기 때문에 아래쪽 포도 알을 맛보아 달고 맛있다면 그 송이는 맛있는 포도다. 포도는 봉지를 씌워 재배하기 때문에 씻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잔류농약이 걱정된다면 소금물이나 식초물에 5분 정도 담근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구면 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연산군뿐만 아니라 태조 이성계, 세종대왕도 병으로 몸져누우면 포도를 먹고 싶어 한 내용 이 있다. 임금님들은 어렵게 포도를 구해온 신하에게 상을 내리기도 했고, 병상에서 목이 마를 때마다 수정포도(현재의 청포도)를 한두 알 먹어 갈증을 해소하고 기력을 회복했다는 기록이 있다.
경남 포도 재배면적은 거창-함안-밀양 순
다행히 최근에는 캠벨얼리, 거봉, 머루포도, 샤인머스켓 등 맛과 향이 다양한 품종이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고, 씨가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청포도를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전국 포도 재배면적은 경북, 경기도, 충 북, 충남, 전북, 경남 순이다. 경남지역 재배면적은 거창 (163.2ha), 함안(101ha), 밀양(56.6ha) 순이다. 무더위가 절정인 8월, 우리도 조선의 임금님들처럼 시원 한 포도를 껍질째 먹고 건강하고 활기찬 여름을 보내보자.
글 이영숙 경상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농업연구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