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양산 효암고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
학생·학부모·교사와 사전협의 거쳐
최적의 학습 여건 갖춘 별관동 증축
본관동 공용부, 휴식·놀이공간 변신
물결 모양 외관·가변형 교실 등 눈길
핀란드의 야르벤파 고등학교의 특유의 포근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와 특화된 아레나 공간, 고등학교의 구성원들이 식사 후 휴식,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중앙광장 등은 우리의 일상적인 학교 공간과는 사뭇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양산 효암고등학교는 파놉티콘(panopticon)의 기존 학교 구조와는 다른 색다른 방향성을 지닌 곳으로 변화하기를 바라는 이강식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 일동 및 학생과 설계, 시공자 모두의 공통된 마음이 모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될 수 있었다.
공부 위주의 삭막한 교실이 아닌 철저히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본관의 제일 중요한 위치는 교장실, 행정실이 아니라 홀 도서관으로 혹은 미디어스페이스로 변화함에 따라 교직원 시설은 자연스레 별관동 2층으로 집약하게 됐다. “학생들의 거부감을 우려했지만, 오히려 쉬는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느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바로 옆자리의 친구와도 메신저로 소통하는 데 익숙한 학생들에게 서로 얼굴을 보며 감정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경험했으면 한다”는 교감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이러한 공간적인 변화가 생활의 소소한 변화, 만족도와 성취감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설계 의도
증축동인 별관동의 공간 구성은 고교학점제 시행 등에 따라 학생의 자율성과 개별성을 최대한 신장하고, 자발성에 기초한 최적의 학습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의 오랜 사전 협의를 거쳐 완성됐다.
효암고등학교의 미래 추진 기상과 역동성을 닮은 물결 모양의 외관은 빛의 반사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변화한다.
별관동 앞마당의 공연장에서의 다양한 활동과 에너지로 역동성 있는 미래 학교를 의도했다.
지상 1층은 별관동 음악실과 본관동 도서관의 폴딩도어를 통해 학교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돼 학습뿐 아니라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한다.
본관동의 모든 교실은 복도에 전창으로 계획해 투명하고 밝은 이미지를 구현해 학생과 교사의 상호 소통을 최대한 지원하게 됐다.
지상 2층은 기존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던 사무공간이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행정실과 교무실, 교장실은 전창으로 계획했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인 만큼 수요자 중심의 공간 변화로 학업 방식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유도하겠다”는 교장선생님의 의도를 명확하게 반영한 결과다.
지상 3층 동아리실 등은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가변형 벽체를 계획해 60㎡ 남짓한 교실을 필요에 2분의 1 또는 3분의 1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으며, 나만의 작은 공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계획했다.
기존의 정방형인 교실에서 탈바꿈해 직사각 형태로 구획, 다양한 변화와 수요에 맞는 공간으로 설계했다.
기존 본관동과의 연계성을 위해 연결통로를 큐블럭으로 디자인하고, 연결통로는 이동수단의 기능보다는 휴식과 조망 기능을 위주로 설계했다.
학생 위주의 본관동과 특별활동실이 집약된 별관동과의 기능을 연계해 이동시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습 활동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학교 공동체 의식을 강화했다.
본관동 공용부는 대부분이 학생들의 휴식과 놀이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계단실 하부는 누울 수 있는 공간으로, 자치활동실과 학생회실은 원형의 토론장을 계획하고, 누구나 자유롭게 의사표현할 수 있는 게시판 공간과 회의 공간을 항시 개방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특히, 기존 도서관의 서가 형태를 벗어나 원형 책장과 의자의 배치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결과로 북카페와 같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외부와 연계된 데크, 폴딩도어 등을 통해 지역사회 개방형 도서관으로 계획했다.
설계·시공 과정
효암고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동안 지속적으로 변화되어 왔다. 기존에는 부지 주변으로 높은 담장이 있었고, 폐쇄적이었으며 권위적인 학교였다.
새로운 교장선생님 취임 이후 지역사회 개방성과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의 학교로 탈바꿈하고자 했으며, 그 첫 번째 과제가 높은 담장을 허무는 일이었다. 일부는 도로 소음, 관리의 문제 등으로 반대했으나, 지금의 학교는 지역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고, 운동장은 모두의 체육장으로, 수목으로 이루어진 산책로와 학교 도서관은 지역도서관으로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파격적인 복도의 전창 유리와 유리문은 주변에서 쉽게 시도하지 못했던 의도였으나 학생들의 안전성과 투명성 개방성을 일깨워 주는 공간이 됐다. 다양한 쉼터의 배려공간은 공부만의 구시대적 교육과는 다른, 현 교육 방향과 AI(인공지능) 시대 흐름에 맞는 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지난 5월 학교 개관식이 열리게 되었을 때 많은 관계자와 설계자, 시공자가 참여한 가운데 학생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학생이 스스로 진로를 개척하고 삶의 목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창의성과 주도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 주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이번 장기간 프로젝트를 마무리함에 있어 모든 공간은 요소 하나하나가 중요함을 깨닫게 됐다. 금액으로 무엇을 평가하기보다는 철저한 사용자 중심의 프로젝트를 통해 건축사로서 자부심을 느낀 좋은 계기였다. 앞으로의 교육 공간이 더욱더 학생 중심의 체제로 변화하기를 기대해 본다.
·설계·
수건축사사무소 박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