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한끼] 사천 실안해안 ‘발막횟집’과 카페 ‘드베이지
[옥영숙의 내돈내산] 바다 한 점… 감성회로 가동
낙조 유명한 사천 실안해안서
삼천포 출신 김경 시인과 한 끼
사천시의 대방과 남해군의 창선을 연결하는 연륙교로 창선·삼천포대교가 있다. 교량이 연결됨으로써 남해대교로 우회할 때 2시간의 통행 시간이 5분 내로 단축돼, 지역 특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관광 효과를 높이고 있다. 자연 경관과 어우러져 예술성과 기능성을 모두 갖춘 사천시의 명물이다.
삼천포 실안은 바다가 주는 대로 거둔다는 죽방렴이 있다.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한 어업 방식으로 어획된 멸치는 맛과 질이 우수하며 사천시의 특산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죽방렴은 말뚝을 박을 수 있을 정도로 얕은 바다와 뭍과 뭍 사이가 가까워야 하고, 바다 물살이 아주 빨라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추운 날씨로 사람의 발자국이 적어 차분하고 다소 쓸쓸한 파도는 겨울바다의 매력이다. 손끝이 시릴수록 하늘과 바다색이 선명해지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창의력을 높일 수 있는 날, 김경 시인을 만났다. 푸르고 맑은 바다 그 위에 아기자기한 섬들이 가교 역할을 하는 실안의 비경 속에서, 보고 오는 풍경이 아닌 마음속에 오래 기억되는 ‘발막횟집’과 ‘드베이지’를 담았다.
삼천포 시인 김경과 함께하는 실안 나들이
김경(본명 김경숙) 시인은 경남 삼천포에서 출생했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석사를 마치고 국립경상대학교 대학원 문화콘텐츠 박사를 취득했다. 1998년 ‘개천문학상’과 1999년 경남신문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문학과 경계 문학상’과 ‘사천시 문화상’ ‘유등문학상’을 받았다. 시집으로는 ‘붉은 악보’와 ‘연애’, ‘삼천포 항구’, ‘거짓말’을 출간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면서 삼천포 바다를 노래한 박재삼 시인은 삼천포 문단에 크고 작은 영향력으로 고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컸다.
삼천포에서 개최하는 삼천포한려문화제 백일장에서 ‘새는 섬이다 새는 구름이다 구름하고도 동무하고 섬하고도 동무한다 새는 새벽이슬이다 이슬처럼 영롱하게 반짝반짝 빛이 난다’로 박재삼 시인의 칭찬을 받고 인연을 맺은 그때가 김 시인의 나이 22살이었다.
김경 시인은 그로부터 삼천포 사람들, 그리운 진삼선을 비롯해 등대, 새섬바위, 신수도, 삼천포항구 등으로 노산공원 주변에서 흐드러지게 핀 애기동백을 이야기한다.
노산여인숙과 코끼리바위 등으로 지역민의 추억이 어린 공간, 삼천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집에 담았다. 사랑과 기다림의 언어로 사천시의 정감 어린 풍경들을 다양하게 변주하고 노래하는 시인의 직관은 대상에 대한 애정이고 관심의 대상으로 시인이 일러준 장소를 찾아가게 한다.
벽화 상호 그려진 ‘발막횟집’
‘쫄깃한 바다맛’ 감성돔·개불
제철 해산물과 곁들이면 별미
실안죽방렴 죽방16호로 손님 맞는 ‘발막횟집’
노을이 아름다워 눈이 멀게 되는 동네, 실안은 낙조로 유명하다. 남해 지족마을과 함께 죽방렴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실안에서의 한 끼를 김경 시인과 함께하는 일은 시각, 촉각, 후각을 충족시키는 기분 좋은 한 끼다. 신선하고 육질 좋은 바다 맛을 그대로 옮겨놓은 식탁은 가족의 회식이나 손님 접대 그 어떤 것에도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발막횟집은 간판이 없다. 사천시 노을길 46에 있는 이곳은 벽화로 그려진 상호가 이 집이 횟집인 것을 알리는 전부다.
실안에는 대나무로 만든 그물을 ‘발’(죽방)이라고 하는데 현지인끼리의 표현이다. ‘막’은 어선이 접안해서 멸치를 삶는 시설이나 그물 등을 보관하는 곳을 말한다. 식당 바로 옆에 막, 막장이 있다. 그래서 발막이다. 실안의 발막집은 아마도라고 한다. 오늘 발막집은 아마도~ 예약이 될까. 아마도 생선이 뭐가 잡혔을까 이런 아마도의 주방장은 오성자 님으로 저녁은 예약 손님만 받고 매주 일요일 휴무다.
발에서 건져와 식탁 위로 제공되는 발막집은 계절 따라 물때 따라 생선과 해산물이 달라진다. 식탁 위 메뉴는 생선이 잡히는 대로 달라지지만 풍성한 맛으로 먹는 미식의 즐거움은 변함이 없다. 직접 맛을 봐야만 말할 수 있는, 누구나 언제든지 한 번쯤 먹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발막에서의 한 끼는 바다를 먹고 마시는 일이다.
1월에서 3월은 실안 개불 맛을 보고 4월에서 6월까지는 죽방멸치쌈밥, 조갯국, 샤브 등, 6월에서 9월은 물회를 비롯해 갈치, 뱅어, 보리새우(오도리), 새우구이, 감성돔 등, 9~12월은 감성돔, 보리새우, 꽃게, 오징어 등 여러 가지 해물을 맛볼 수 있다. 4월부터 11월까지가 다양하게 먹을 수 있는 해산물이 많다.
오늘 식탁의 주인공인 개불은 막 손질해서 단맛이 쭈욱 올라온다.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들이 오직 맛으로 요리계급전쟁을 치르는 흑백요리사2에서 식재료로 개불이 등장하자 셰프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개불을 보자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동시에 셰프들의 한숨이 새어 나왔던 겨울별미 실안개불을 맛본다.
개불은 짭조름하고 쫄깃한 바다 맛이다. 생김새가 지렁이와 비슷하지만 식감이 독특한 개불은 호불호가 있기 마련이다. 개불이라는 이름도 개의 불알을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을 이야기하며 즐거운 식사를 한다. 갑오징어, 호래기(꼴뚜기), 전복, 굴이 모둠으로 나왔다.
밑반찬으로 나온 호래기무침도 달큰하니 맛나다. 젓가락이 어디로 가야 할지 성급한 손이 마음보다 앞선다. 겨울철 찬물이 돌아오는 바다에는 가늘고 길쭉한 호래기의 살이 단단해지고 단맛이 올라와 매우 부드럽고 투명도가 높아 회나 숙회, 어느 것이든 맛있다. 냄비에 익힌 조갯살과 홍합, 갑오징어, 굴, 문어가 나왔다. 코스 요리 같다. 그다음 뭉텅뭉텅 막 썰어주는 활어의 쫀득한 맛에 반한다. 이름도 모르고 먹는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은 뱃돔, 감싱이, 감셍이로 통하는 감성돔이라고 한다. 포만감으로 꽉 찬 한 끼지만 같이 밥을 먹는 일은 정서적 교감과 유대감으로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우리가 정담을 나눌 때마다 식사하러 방문한 동네 지인들로 인사하기 바쁜 김경 시인이다.
아버지와 대를 이어 46년을 죽방렴 멸치를 잡는 남편과 잡아온 멸치를 삶고 말리는 아내 오성자 부부다. 멸치를 주종으로 새우, 병어, 꽃게 등을 잡는다. 이곳의 거센 물살에 떠밀리지 않으려 헤엄치는 힘이 센 물고기를 뜰채로 건져내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횟집은 그렇게 발에서 채취한 고기를 손님들에게 차려주니 반응이 좋을 수밖에 없다. 숨은 단골이 예약을 통해서만 맛볼 수 있는 맛집인 셈이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 옆에 있는 막장을 보여줬다. 지금은 금어기라 쉬고 있는 막을 열어 멸치 삶고 선별하는 기계와 창고를 보여줬다. 불통에서 그대로 떠오니까 비늘이나 몸에 상처 없는 멸치가 육질이 단단하고 맛도 다르다고 한다. 기름기가 적고 비린내가 없어 고급 멸치로 인정받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남해안 청정지역의 얼마 남지 않은 죽방렴. 옛 선조들의 지혜로움으로 맥을 이어가고 있는, 은빛으로 윤나는 고급 멸치를 한 움큼 쥐여 주며 맛보라고 한다. 짭조름하지만 달달한 멸치 맛은 실안바다의 맛과 향으로 훅 들어왔다.
케이블카 배경 카페 ‘드베이지’
푸르른 바다 바라보며 먹는
딸기 페이스트리·음료 환상적
해넘이가 아름다운 실안의 뷰 맛집 ‘드베이지’
김경 시인이 일상처럼 찾아가는 카페 드베이지(DE BEIGE)로 발길을 옮겼다. 사천관광의 일번지 실안바다를 배경으로 한 드베이지에는 관광객, 지역민,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온다. 연인이나 단체객이 방문해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베이커리 카페다. 넓은 공간과 쾌적한 분위기, 넓은 주차장이 무엇보다 마음에 닿았다.
사천케이블카 아쿠아리움 바로 아래에 있는 카페 드베이지는 사천시 사천대로 26. 3층에 있다. 바다와 산을 모두 오가는 사천바다케이블카와 대교의 웅장함을 가까이서 직관할 수 있는 곳이다.
드베이지는 엷고 밝은 갈색의 베이지 색을 좋아하는 김양자 대표가 정한 상호다. 아들이 제빵실을 관리하며 빵을 굽고 디자인하고 연구한다.
1층 베이커리를 책임지는 아들과 3층 카페의 대표로 있는 어머니, 최상의 신선도와 품질로 응대하는 가족 운영 시스템이다.
우리는 따뜻한 수제 오미자, 보이차, 커피를 주문했다. 심심풀이로 크루아상과 바게트에 견과류를 올린 비스킷으로 아몬드튀일을 곁들였다.
전체적으로 과하지 않은 단맛의 고소함이다.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오늘 하루의 여정을 깊게 느끼고 싶어 커피를 주문하면서 샷을 추가했다. 진하고 부드러운 커피향이 좋다.
드베이지의 시그니처는 수많은 연구 끝에 황금비율을 찾아 만들었다는 사천소보로를 비롯해 크루아상, 우유모찌, 통밀식빵, 몽블랑, 바게트, 타르트, 머핀, 너츠브레드 등 다양한 베이커리 종류와 음료들로 선택 장애를 일으킬 것만 같다.
그중에 군침이 도는 딸기 페이스트리는 맛이며 비주얼 면에서 환상적이다. 바삭바삭한 페이스트리와 생크림 그리고 예쁜 딸기와의 조합은 맛이 없을 수 없다. 커피부터 계절 메뉴인 빙수와 오미자 에이드, 백향과 에이드 등의 과일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소금빵은 여느 빵집이나 비슷한 맛이지만 이곳 소금빵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소금이 짭조름하니 자극적이다. 짠맛은 다른 맛도 잘 느끼게 해주는 맛을 살리는 맛이다. 진하게 느껴지는 고소함과 조금씩 뿌려진 소금 맛이 신선하고 재밌다.
루프톱에 올라가면 삼천포대교와 케이블카를 배경으로 넓은 바다가 훤히 보인다. 마주 봐서 닮아가는 하늘빛과 바다색이다. 어느 날 어느 때에 찾아가도 좋은 드베이지의 채광은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이다. 해가 서산으로 모습을 감출 즈음에 실안을 온통 붉게 물들이고 무심한 듯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해가 아쉬울 정도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실안은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평화가 있는, 일몰은 고되고 힘든 하루를 보낸 이와 푸르던 바다마저도 따뜻한 온기와 위로를 보내주는 곳이다.
드베이지는 30여 년 전에 자연 경관이 아름다워서 노후에 보금자리로 생각하고 구매했던 곳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케이블카가 생기고 관광명소로 거듭날 때 지금의 건물을 건립했다고 한다. 전국 업소를 벤치마킹하면서 자연 풍광 속에서 힐링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 실내 인테리어에 중요한 선택으로 고민했던 일은 편안한 의자였다. 오래 머물고 싶은, 잘 쉬었다 가는 것에 목적을 두고 의자를 설치했다. 통창 너머로 바라보는 실안은 생각이 머무르고 시선이 머무르는 곳이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고 사람에 대한 배려가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김경 시인은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지역의 역사와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또한 글사랑방을 운영하면서 후배들과 좋은 시를 읽고 합평하면서 시인을 배출하고 문학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세종우수도서로 선정된 ‘삼천포항구’에서 ‘삼천포선창가 삼진여인숙 앞 동백은/ 해풍에 흔들리면서 핀다/ 서러운 시 한 구절 같이 서럽게 핀다/ 전어 밤젖 파는 아지매들 앞치마에 삼천포아가씨 노랫말이 붉게 묻어나고~’ 이렇듯 김경 시인을 두고 삼천포 시인이라 일컫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박재삼문학선양회장을 맡아서 박재삼 시인의 문학정신을 계승, 선양하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출판 활동을 주관하고 경남문화예술진흥원 이사 등으로 지역문학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글·사진 옥영숙 시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