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경남, 대한민국 제조AI 중심으로! (3)

명장의 기술에서 ‘A’I 기술의 명장으로

2026-02-12     월간경남

경남 제조업은 창원국가산단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왔다. 
그러나 최근 갈수록 노후화하는 설비, 구인난, 그리고 거센 글로벌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남도가 내놓은 해법은 ‘AI 기술을 입힌 제조업 혁신’이다. 
‘제조AI 메카, 경상남도’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제조업의 인공지능 전환(AX)과 
제조 AI 산업 육성에 집중하며 제조 AI 대전환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낡은 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바꾸는 대전환이 시작됐다. 
이는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경남 제조업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경남신문은 제조 AI메카로 변화를 시도하는 
경남의 산업환경과 정책, 그리고 제조 현장을 연재한다.

 

경상국립대 인공지능연구실(AISA LAB)

명장의 기술에서 ‘A’I 기술의 명장으로

제조업 현장 노하우 인공지능에 학습해 전승
현대차 등과 협업… 소리·신호로 결함 탐지
행동하고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연구·개발
데이터 부족 등 문제 ‘고급 딥러닝’으로 극복
“연구실 설립 2년차… 지역 인재 정착도 과제”

부석준 경상국립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이끄는 ‘AI(인공지능) 시스템 및 응용 연구실(AISA LAB)’이 경남 제조업 현장에 직접 적용 가능한 AI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거대언어모델(LLM)이 범용 AI의 중심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AISA 연구실은 “어떤 문제는 범용 모델로 풀 수 없고, 반드시 현장 지식이 결합돼야 한다”는 문제의식 아래, 경남 제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 중심 AI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부석준 경상국립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실험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음향 AI(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경남 제조 현장, 명장의 노하우를 AI로 구조화하다

지난해 11월 선정된 ‘지역 주도형 AI 대전환 사업’에서 부석준 교수는 경상국립대학교의 제조 AI 인력 양성과 AI 실증을 총괄하고 있다. 경남테크노파크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63만개 제조 현장 중 경남에만 5만3596개(8.5%)가 분포하고 있으나, 다수의 제조 현장은 데이터 부족, AI 인프라 미비, 전문 인력 공백이라는 삼중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고 있다. 특히 숙련 기술자들이 은퇴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현장 판단과 노하우가 함께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부 교수는 “제조 현장의 명장들은 단순한 숙련 인력이 아니라, 소리, 진동, 온도, 공정 변화에 따른 판단 규칙을 몸으로 체화한 전문가들”이라며 “이 노하우를 데이터로 남기고 AI시스템 안에 구조화하지 못하면, 기술 전환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남 제조업체들은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설비와 시스템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설비와 데이터를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AI가 학습, 추론, 제어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전주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지역 주도형 AI대전환 사업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AISA LAB은 제조 AI 인력 양성과 현장 실증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AI 경진대회 운영, 기업 재직자 대상 기초 교육, 기업·대학 협력 PBL(문제기반학습) 수업, AI 인프라 구축 등 인력 양성 과제를 추진하는 한편, 설비 제어·이상 탐지·물류 관리까지 아우르는 AI 솔루션을 제조 현장에 직접 적용해 검증하는 실증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부 교수는 “교육, 연구와 실증이 함께 가지 않으면 산업 AI는 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소리와 신호로 찾는 결함, 현대차와 포스코 협업

AISA LAB의 제조 AI 연구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필요한 ‘이상 감지’ 기술에서 출발한다.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과의 산학 협력을 통해 음향 기반 설비 이상 탐지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 왔다.

현대자동차와 협업 중인 차량 내부 소음 분석 연구는 실제 주행 환경에서 발생하는 삐걱거림·마찰음을 분석해, 문제 부위를 추정하고 조치 방향까지 제시하는 AI 에이전트를 목표로 한다. 

포스코 기술연구원과는 압연 공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분석해 설비 이상을 조기에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으며, 소음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딥러닝 구조를 현장 시연을 통해 검증했다. 이와 같은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AISA LAB은 제조 현장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AI 감지 기술을 축적해 왔다.

 

현대차 울산2공장 싼타페-투싼-아반떼 생산라인

 

이상을 넘어 ‘왜’를 설명하고, 실제 행동으로 연결하는 AI

AISA LAB은 단순한 이상 탐지를 넘어, 이상이 발생한 이유를 설명하는 판단 단계를 제조 AI의 핵심으로 본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수행한 ‘사업 전환 기업 성장 경로 예측’ 연구에서는, AI가 기업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사업 전환 시 어떤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예측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AISA LAB의 연구는 AI의 판단이 실제 제어와 운영으로 이어지는 단계까지 확장된다. 이는 항공우주·제조 분야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더욱 구체화되고 있다.

 

제조 AI를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다

부 교수의 연구는 개별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교육·인력 양성·플랫폼 확산으로 이어진다. 경상국립대학교 AI 연구실을 중심으로 기업 재직자 교육, PBL 기반 산학 협력 수업, AI 경진대회 운영 등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AI 인재 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상국립대학교 글로컬사업 부단장으로서 대학의 연구 성과를 지역 산업과 연결하는 역할도 수행하며, 경남 제조업 전반에 AI를 확산시키는 구조를 설계하고 있다. 전력량 이상 탐지, 설비 제어, 통합 관제 시스템 등 제조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는 AI 솔루션도 개발 중이다.

 

AI를 활용한 제조 현장

 

데이터 부족·보안 문제, 고급 딥러닝으로 해결

제조 AI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데이터다. 기업들은 제조 데이터를 영업 비밀로 여겨 공개하지 않는다. 학습할 샘플이 적으면 AI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 교수는 이 문제를 ‘고급 딥러닝’ 기술로 풀고 있다. 소수샷 학습(few-shot learning)으로 적은 데이터로도 학습 가능하게 하고, 연속 학습(continual learning)으로 새로운 지식을 계속 업데이트한다. 표현 학습(representation learning)으로 데이터의 의미적 수준의 특징을 추출해 효율을 높인다.

 

졸업생 정착률 0%, “경남에 좋은 일자리 필요”

다만 인재 양성의 최종 목표인 지역 정착 문제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연구실 설립 2년 차인 만큼 아직 졸업생이 1명뿐인데, 그마저도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으로 떠났다. 경남 정착률이 0%인 셈이다. 부 교수는 이를 “꽤 큰 문제”라고 직시했다. “제조 AI를 경남에 확산시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 입장에서, 잘 키워낸 학생들이 경남의 요직으로, 중요한 AI 연구자로서 자리 잡는 것이 목표 중 하나”라며 “그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의 AI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현상은 비단 경상국립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가 사업들이 지역 정주를 요건으로 삼고 있는 것도 이런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부 교수는 “지역 정주라는 요건을 우리 국가와 연구자, 교육자들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경남에 남아서 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고 있다. 지역에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확보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Ⅰ 글 이하은 정치경제부 기자, 사진 성승건 기자·경남신문DB 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