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전재용 민족통일경상남도협의회 회장
“통일은 ‘말’이 아니라 ‘준비’…경남에서 공감대를 다시 쌓다”
“통일을 향한 44년의 열정!
경남에서 하나되어 평화통일 미래로” 슬로건으로,
민통 창설44주년 기념 2025민족통일전국대회 성황리에 개최
2030 ‘통일은 부담’ 인식…데이터·시나리오로 설득해야
경남 제조업 기반 살려 ‘통일 이후’ 산업·물류·인력 과제 점검
공개 강연·토론 정례화…세대 갈등 줄이는 지역 공론장 구축
일자리·기술교육·멘토링 연계해 탈북민 정착 네트워크 강화
통일이 낡은 이야기로 밀려난 시대라는 인식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현실에도 현장에서 묵묵히 공감대를 다시 쌓는 사람이 있다.
전재용 민족통일경상남도협의회 회장이다. 그는 2030세대 사이에서 통일은 부담이라는 인식이 커진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 통일 담론을 구호가 아닌 현실의 언어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보와 경제, 사회 통합의 과제를 지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하고, 청년이 납득할 수 있는 데이터와 시나리오로 통일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을 말이 아니라 준비로 만들어가는 민통의 역할과 경남에서의 실천 방향을 전 회장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전 회장과의 일문일답.
민족통일협의회(민통)는 1981년 초당적 범국민적 민간 통일운동 조직으로 출범했다. 2026년 민통의 1순위 역할은 무엇인가.
2026년 민통의 1순위 역할은 지역에서 통일을 말이 아니라 준비로 만드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을 찬반 구호로만 두면 세대 갈등만 커지기 쉽다. 민통은 순수 민간 조직으로서 정책을 대변하기보다, 도민이 참여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를 설계하는 중간 조직 역할을 해야 한다.
경남에서는 이를 세 가지로 구체화하려 한다.
첫째, 청년 세대가 가장 민감해하는 부담 문제를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와 시나리오로 설명하는 공개 강연과 토론을 정례화하겠다. 둘째, 제조업과 중소기업 기반이 강한 경남의 특성을 살려 통일 이후 산업 물류 인력 관점에서 지역 기업이 준비할 과제를 정리하고, 산업계 학계 시민이 함께 논의하는 실무형 포럼을 운영하겠다. 셋째, 북한이탈주민 지원이 복지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일자리 기술교육 지역 멘토링을 연결한 정착 네트워크를 강화하겠다.
결국 민통은 통일이 왔을 때 지역이 흔들리지 않도록 갈등을 줄이고 기회를 키우는 준비를 실제로 해내는 조직이 돼야 한다.
통일부 조사에서 2030세대의 통일이 별로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이 35%를 넘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실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2030세대는 통일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통일은 경제적으로 부담만 커진다는 인식이 강해 반대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지금의 현 상태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굳이 통일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통일은 안보뿐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이점이 크다. 우리 사회가 겪는 고용과 인력 수급 문제도 통일 이후 북한의 젊은 인력과 연계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 언어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고 민족 동질성도 있어, 양질의 인력 기반과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통일이 청년들에게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부담보다 새로운 기회가 더 크다고 본다.
2030세대가 60대보다도 대북 경제 지원에 더 강경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래세대의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통일 준비가 힘들어질 수 있다.
젊은 세대는 통일이 되면 지금보다 나빠질 수 있다는 불안을 크게 느낀다. 독일 통일 사례처럼 남한이 북한의 낙후된 경제를 떠안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젊은 세대는 높은 집값과 물가, 취업난으로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 부분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민족으로서 통일과 그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을 외면하기 어렵다. 다만 젊은 세대는 이 부분을 손해로 받아들이며 할 필요 없다는 쪽으로 기우는 현실이다.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통일을 감정이나 당위로 설득하기보다, 비용 기간 속도에 따라 부담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단계별 시나리오를 공개해야 한다. 막연한 공포를 줄이려면 이 과정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게 출발점이다. 동시에 청년이 체감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통일 논의와 별개로 주거 일자리 교육 같은 청년 정책을 강화하고, 통일 과정에서 추가 부담이 생기지 않도록 재원 조달 원칙과 사회적 합의 구조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또한 통일을 지원만으로 보지 않도록, 통일 이후 생길 수 있는 산업 고용 진로의 기회를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인프라 건설 전기 설비 물류 보건 교육 등 현실 분야에서 어떤 인력이 필요하고, 청년이 어떤 역량을 갖추면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로드맵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야 한다. 결국 청년이 받을 수 있는 이익을 확인할 수 있을 때, 통일 준비는 현실로 다가온다.
현장을 통해 본 통일 필요성은 경제 안보 민족 동질성 인권 평화 가운데 어디에 가장 방점이 찍혀 있는가.
통일은 언젠가 온다고 본다. 짧게 올 수도 있고 길게 볼 수도 있지만, 지금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중심 체제 아래 핵 국가 인정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변수가 크다. 그래서 통일의 필요성은 무엇보다 안보를 토대로 한 평화에 방점을 둔다. 안보가 흔들리면 경제도 교류도 통합도 성립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안보만으로 통일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음은 경제다. 통일은 비용만이 아니라 기회이기도 하다. 남북 간 연결이 복원되면 물류망과 산업 지도가 달라지고, 인력 수급과 고용 구조에도 새로운 선택지가 생긴다. 특히 제조업과 중소기업 기반이 강한 경남 입장에서는 인프라 물류 설비 건설 등 현실 산업 분야에서 준비 과제와 기회 요인을 동시에 점검해야 한다고 본다.
또 통일 준비 과정에서 인권은 원칙으로 두고 함께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 문제 대응과 별개로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복원이 먼저다. 대화 채널을 복원하고 작은 교류부터 단계적으로 쌓아가야 한다. 세계 강대국들이 경제를 우선하는 안보 전략을 강화하는 흐름 속에서, 우리도 안보를 바탕으로 경제 정책을 병행하며 평화적 대화와 협력 지원의 길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통일의 현실적인 이익은 무엇인지. 반대로 통일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는 무엇이며,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방안은.
통일의 현실적인 이익은 크게 세 가지로 본다. 첫째는 안보 불안 완화다. 군사적 긴장이 낮아지면 국방과 위기관리 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기고, 무엇보다 전쟁 위험이 상시 변수로 작동하는 구조 자체가 바뀐다. 둘째는 경제적 시너지다. 남북 간 연결이 복원되면 물류 교통망이 재편되고, 인프라 구축과 산업 협력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셋째는 균형 발전의 기반이다. 같은 언어를 쓰고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만큼 사회 통합의 출발선이 상대적으로 유리하고, 장기적으로는 남북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반대로 리스크도 분명하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세금 부담이다. 격차가 큰 상태에서 급격한 통합이 이뤄지면 재정이 급증할 수 있다. 또 제도 가치 생활 수준의 차이로 사회 갈등이 커질 수 있고, 전환기에는 치안 행정 공백이나 군사적 긴장 재확대 등 안보 공백 우려도 있다.
부담을 줄이는 현실적 방안은 속도 조절과 원칙의 사전 합의라고 본다. 통합을 한 번에 몰아붙이기보다 단계별 분야별로 나누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교류 협력, 인프라 경제 협력, 제도 정합성 확대처럼 로드맵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재원도 막연히 국민 부담으로 돌리지 말고, 조달 원칙을 사회적 합의로 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 갈등을 줄이려면 교육 고용 복지 등 핵심 분야에서 통합 기준과 지원의 우선순위를 미리 정해 불신을 줄여야 하고, 안보 공백을 막기 위해서는 대화 협력과 별개로 억제력과 위기관리 체계를 유지 강화하는 이중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통일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기회를 키우는 국가적 준비의 문제다.
민족통일경상남도협의회 회장직을 맡게 된 계기와 전환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통일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왔고, 민간 통일운동 현장에서만 20년 가까이 활동해왔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의 삶과 지역 정착 지원 문제를 가까이에서 접한 것이 제게 큰 전환점이 됐다. 통일이 담론이 아니라, 지금 이 사회와 지역에서 당장 풀어야 할 현실의 과제라는 인식이 더 커졌다.
그 과정에서 국가와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다가 회장직을 맡게 됐고, 취임 이후에는 조직 정비와 활성화에 힘을 쏟았다. 경남협의회 조직을 재정비한 결과 전국 18개 시·도 협의회 가운데 최우수 협의회로 인정받기도 했다.
시·군 단위 통일교육을 꾸준히 확대했고, 대학생 토론회와 심포지엄도 늘리면서 통일 의제를 지역과 세대로 넓히는 데 집중했다.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을 돕는 지원 활동 역시 현장에서 계속 이어왔다.
임기 동안의 뜻깊은 성과는.
2023년 4월 취임 이후 민통이 지역사회에서 제 역할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민통은 민간단체로서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실상 회원 회비로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 구조로는 교육 토론회 정착 지원 같은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공헌 조직과 연계해 민통 활동과 북한이탈주민 지원을 함께 추진했다. 지역 기업과 단체와 협력 네트워크도 넓혀갔다. 임기가 끝난 뒤에도 민통의 역할이 강화되도록 노력하겠다. 또 하나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지난해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족통일협의회 창설 44주년 기념 민족통일전국대회다.
당시 전국 회원대표 5천여 명이 함께했고, 결의문을 통해 북한을 향해 정부의 대화 협력 제안에 적극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또 여야 정치권을 향해서도 국익과 안보의 관점에서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함께 노력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 자리에서 지역과 세대, 이념을 넘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통일운동을 펼쳐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통일이 멀게 느껴지는 시대에 경남 도민들께 한 말씀한다면.
민통은 경남 도민들께 아직 익숙하지 않은 조직일 수 있다. 하지만 민통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순수 민간단체로서 통일부 위탁사업을 비롯해 통일교육, 시민 토론과 심포지엄, 북한이탈주민 정착 지원 등 현장에서 필요한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통일은 당장 눈앞의 일은 아니라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준비 없이 맞닥뜨리면 갈등과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통일을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차근차근 대비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청년 세대가 부담을 먼저 떠올리는 것도 충분히 공감한다.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지역에서부터 데이터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교육과 체험의 접점을 넓힐 필요가 있다. 민통은 도민과 함께 그 간격을 줄이고, 통일이 왔을 때 지역이 흔들리지 않도록 준비하는 역할을 끝까지 해나가겠다.
⇨ 전재용 회장은?
·경남 창녕 출신
·마산상업고등학교(현 마산용마고) 졸업
·경남대 경제학과 졸업
·경남대학교 총동창회 부회장
·대한건설협회 경남도회 간사
·국제로타리 3722지구 총재지역대표
·(현)주식회사 가현 및 원동Global 대표 및 COO
·(현)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현)민족통일경상남도협의회 회장
·경남지사 표창
·통일부 장관 표창
·국무총리 표창
글 박준혁 월간경남 기자, 사진 전강용 편집위원, 민족통일경남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