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寫] 순백의 대리석에 새겨진 아랍의 지성, 아부다비 ‘카사르 알 와탄’

전강용 기자의 사진세상

2026-01-20     월간경남
금장식과 정교한 무늬가 어우러진 카사르 알 와탄 홀

 

사막의 태양이 빚어낸 순백의 위엄

아부다비의 푸른 해안선을 따라 달리다 보면, 현대적인 고층 빌딩 숲 사이로 홀연히 나타나는 눈부신 건축물이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실제 집무 궁전인 ‘카사르 알 와탄(Qasr Al Watan)’이다. ‘국가의 궁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한 국가의 통치 철학과 아랍 문명의 정수를 응축해 놓은 성소와도 같다.

아부다비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할 랜드마크, 바로 카사르 알 와탄(Qasr Al Watan). 순백의 돔 건축물은 아랍 건축의 정수라 불릴만하다.

궁전 입구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압도된 것은 색채의 절제미였다. 
사막의 태양 빛을 반사하며 빛나는 순백의 대리석과 화강암 외관은 화려한 금빛으로 치장된 여타 건축물과는 다른 고귀한 위엄을 뿜어낸다. 정교하게 가꾸어진 정원과 대칭을 이루는 웅장한 아치문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순백의 돔 건축물인 카사르 알 와탄(Qasr Al Watan)입구는 웅장함의 극치다


귀국길에 마주한 전율, 역사의 현장이 되다

사실 이번 방문이 나에게 유독 특별한 기억으로 남은 이유는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직후 들려온 소식 때문이었다. 내가 궁전의 광활한 회랑을 걷고 내부의 정교함에 감탄했던 바로 그 자리에, 정확히 일주일 뒤 대한민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을 한 것이다.

대통령 만찬장 (The Presidential Banquet) 화려한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장식된 홀은 최대 300명의 국빈을 접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금박과 파란색 벨벳으로 장식된 의자들, 순백의 테이블보는 고급진 외교의 출발이다

2025년 11월, 화면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대통령과 함께 걷던 하얀 대리석 광장, 그리고 양국 정상이 ‘100년 동행’의 파트너십을 약속했던 회의장은 불과 며칠 전 필자가 직접 발을 딛고 숨 쉬었던 공간들이었다. 내가 스치듯 지나쳤던 기둥과 천장의 문양들이 국가적 대업의 배경이 되었다는 사실은, 평범했던 여행의 기억을 ‘역사의 현장을 미리 가본 경험’으로 격상시켜 주었다.

 

카사르 알 와탄의 화려한 스테인드 글라스

 

기하학의 소우주와 지혜의 보고

궁전 내부의 백미는 단연 중앙의 ‘그레이트 홀(Great Hall)’이다. 높이 6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돔 천장은 아랍 전통 문양이 정교하게 수놓아져 마치 거대한 우주를 마주하는 기분을 선사한다. 실내를 장식한 22K 금박은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만나 은은하면서도 깊이 있는 황금빛을 발산한다. 특히 홀 사방에 배치된 거대한 거울 연못은 천장의 돔을 바닥으로 투영시켜 공간을 수직으로 무한히 확장하는 몽환적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거대한 돔 천장, 정교한 무늬와 금장식으로 어우러져 카사르 알 와탄의 상징적인 공간인 대형 홀(The Great Hall) 

이어지는 ‘지식의 집(House of Knowledge)’은 아랍 문명이 인류에게 선사한 방대한 유산을 집약해 놓았다. 고대 지도와 희귀 사본들을 지나면 이곳의 상징인 황금빛 조형물 ‘지식의 빛’을 마주하게 된다. 아랍어 서체를 예술로 승화시킨 이 거대한 구형 조형물 안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이 궁전이 지향하는 가치가 단순한 권력이 아닌 ‘지혜의 공유’에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거대한 돔 천장, 정교한 무늬와 금장식으로 어우러져 카사르 알 와탄의 상징적인 공간인 대형 홀(The Great Hall) 
금장식과 화려함으로 둘러쌓인 카사르 알 와탄의 상징적인 공간인 대형 홀(The Great Hall)은 방문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다
카사르 알 와탄의 다양한 미래를 향한 도전을 볼 수가 있다

 

세계의 호의가 모인 ‘국빈 선물’ 전시관

복도를 따라 걷다 보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나타난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UAE에 전해온 진귀한 유물들이 전시된 ‘국빈 선물(Presidential Gifts)’ 전시관이다.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단검부터 각 나라의 장인 정신이 깃든 공예품들까지, 이곳은 UAE가 전 세계와 맺고 있는 우호 관계의 깊이를 보여주는 외교적 박물관이다. 일주일 뒤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전달될 또 다른 우정의 상징이 이곳에 놓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한국인으로서 묘한 자부심이 일었다.

세계 각국 정상들이 UAE에 전해온 진귀한 유물들이 전시된 ‘국빈 선물(Presidential Gifts)’ 전시관. 화려한 보석으로 장식된 단검부터 각 나라의 장인 정신이 깃든 공예품들이 전시돼 있다


우정의 이정표가 된 궁전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 ‘협력의 정신(Spirit of Collaboration)’ 홀은 실제 국빈 만찬과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이다. 일주일 뒤 이곳에서 양국 정상이 마주 앉아 국가의 미래를 논의했을 장면을 상상해 보았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실제 집무 궁전인 ‘카사르 알 와탄(Qasr Al Watan) 협력의 정신(Spirit of Collaboration)’ 홀

까스르 알 와탄은 과거의 유물을 보존하는 박물관이 아니라, 매일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는 살아있는 공간이다. 필자가 걸었던 그 순백의 복도 위로 국빈의 발길이 이어지고 양국의 우정이 깊어졌듯, 이 궁전은 앞으로도 세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할 것이다. 화려한 장식 뒤에 숨겨진 아랍인의 관용과 지혜를 경험한 이번 방문은, 국빈 방문 소식과 어우러져 필자의 가슴속에 잊지 못할 기록으로 남았다.

카사르 알 와탄 도서관에는 희귀 필사본들과 고문서가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