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의 씨네아트] LESSON
멜로/로맨스, 드라마 | 한국 | 96분 | 2025.06.25.개봉 | 15세이상관람가
감독 | 김경래 출연 | 정승민, 이유하, 전한나
제작 | 한국예술종합학교 배급 | ㈜모토
줄거리
“우리는 지금... 무슨 사이예요?”
영어 과외 강사 ‘경민’은 3년째 연인 ‘선희’와 안정적인 연애 중이다.
큰 문제 없이 흘러가던 일상. 하지만 선희의 결혼 압박이 점점 경민을 조이기 시작한다.
결혼식에 함께 참석해 달라는 작은 부탁조차 무겁게 느껴진 어느 날, 두 사람의 관계엔 처음으로 깊은 균열이 생긴다.
그 무렵, 과외 학생의 소개로 ‘영원’을 만나게 된 경민.
피아노를 가르치는 영원은 “자막 없이 영화를 보고 싶다”며 영어 과외를 요청하고, 경민에게 피아노 레슨을 물물교환처럼 제안한다.
정해진 시간에 만나, 서로의 재능을 주고받는 단순한 관계.
그러나 작은 호기심과 잔잔한 대화들이 쌓여, 언제부터인가 경민의 일상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익숙했던 관계는 위태로워지고, 새로 시작된 관계는 애매한 온도로 마음을 어지럽힌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한 세 사람의 마음이 교차하는 순간, 그들 사이의 이름 없는 감정이 조금씩 얼굴을 드러낸다.
영어 과외 선생
경민은 카페의 한 구석에서 영어를 가르친다. 영어 개인 레슨이다. 다양한 이유로 영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만나서 우선 인터뷰하고 각자에 맞는 수준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수입이 어떨지 모르지만 그는 짜여진 조직 속에서가 아니라 매우 개별적이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인물이다. 그는 수강자들을 카페에서 만나고 대화하고 그 중 한 수강자와는 연애하고 있고 또 한 수강자로부터 다른 수강자를 소개 받기도 한다. 그의 경제활동과 개인활동은 경계가 뚜렷하지 않다.
결혼과 동거
경민은 현재 연인 선희와 3년째 연애 중이다. 선희는 이제 결혼을 하고 싶다. 그러나 경민은 선희와 결혼으로 나아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건 아마도 조직 속에서 경제활동 하기를 싫어하는 만큼 결혼이란 거추장스러운 과정을 싫어하는 것 같다. 그는 선희가 같이 살기를 원한다면 동거할 생각은 있다. 그러나 선희는 동거가 아닌 결혼을 원한다. 이 커플은 여기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무엇보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상대가 원하는 방식의 삶을 결정할 만큼은 아니다.
입장바꾸기
어느날 새로운 수강자를 만나게 되고 새 수강자는 피아노 레슨 선생이다. 둘은 서로에게 레슨을 주고 받기로 한다. 영어 강의가 카페에서 컴퓨터 한 대를 탁자에 놓고 대화하며 하는 강의인 것에 반해 피아노는 그것이 있는 특정 장소가 필요하다. 피아노 선생 영원은 경민을 피아노가 있는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간다. 이 장소는 카페보다 닫힌 장소이고 또 지극히 사적인 장소이다. 젊은 남녀가 사적 공간에서 감성을 대변하는 피아노를 터치하듯 감정이 오른다.
상대적 관계
경민은 애인 선희와의 관계에서 늘 수동적이다. 하지만 이 연인들 사이에서 매번 양보하는 쪽은 선희 쪽이다. 그리고 경민은 연인관계에 있으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원하고 또한 가족이 되는 것은 한사코 꺼린다. 그렇듯이 관계를 진전시키고 가족으로 결합하려고 하는 쪽이 항상 불리하고 외롭기 마련이다. 한편 경민은 영원에게 자꾸 끌린다. 그냥 끌리는 것이 아니라 영원의 의도에 끌려들어간다는 편이 더 솔직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관계를 만든다. 하지만 선희와 반대로 영원은 관계 속에 있지만 특별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번에는 경민이 수동적이고 차가운 영원에게 보채듯이 그들의 관계를 묻는다.
순환의 관계
감독의 의도는 특정 인물의 양면적, 또는 다면적 본질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은 모두 관계 속에서 또는 상대방에 의해 반응하는 비정형적인 인간의 특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극의 전개 구조도 이런 특성에 따른다. 극의 전개 속도는 각 인물들을 관객들이 인지하는 속도에 따른다. 마치 한국 음악의 산조형식처럼 각각이 흩어졌다 어느 순간 딱 맞추어 절정을 이루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등장 인물들이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너, 나, 친구, 연인, 동료, 등등 어디서 보았거나 또는 가까이에서 들은 적이 있는 인물들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행동에 억지가 없고 그렇다고 참음도 없다. 그저 지금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우리들이다. 그러면서 또한 각 인물들이 결국 순환하는 구조를 이루고 있어 전체가 한 눈에 보이도록 구성되어 있다. 마치 나의 내면과 외부가 묘하게 어우러져 있으면서 또한 시간과 공간도 서로 얽혀 있는 듯하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