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창원 중동 JD-WINGS 27화

교육·업무·문화… 일상의 날개 펼치는 공간으로

2025-06-17     월간경남

대단지 아파트 인근의 복합건축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곳으로 설계
도심 속 다양한 커뮤니티·환경 조성
미술관·도서관·옥상 정원 등 눈길

근린생활시설은 도시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필수적인 공간으로,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도보로 이동 가능한 범위 내에 위치한 시설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의 근린생활시설은 편의성만을 중시한 나머지 공간의 장소적 개념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도시 일상의 중심이 되는 근린생활시설 복합건물들은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도록 기억에 남는 장소로 변모할 필요가 있다.
‘JD-WINGS’는 중동(中洞)의 영어 이니셜인 JD와 날개를 의미하는 WINGS가 결합된 건물 명칭으로, 근린생활시설과 교육·연구 및 업무시설이 복합된 건축물이다. 다양한 용도의 결합을 통해 커뮤니티와 장소성이 살아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도시의 일상성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창원시 의창구 중동에 위치한 JD-WINGS 전경. 이곳은 근린생활시설과 교육·연구, 업무시설이 복합된 건축물이다. 유엔에이건축사사무소


중동(中洞)의 역사

창원에서 ‘중동’ 하면 대단위 아파트 단지인 ‘중동유니시티’라는 이름을 붙인 4개 단지가 있는 곳으로 알려진 곳이다. 중동이라는 마을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 창원부 읍성의 중심부를 나타내는 지명이었다. 읍성의 중심 가로를 중심으로 남측이 중동이며, 위로가 북동이며, 서쪽 방향이 서상동이고 동쪽으로는 동정동이라는 이름이 현재의 지명에 남아있다. 그런데 읍성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에 중동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는지 알 길이 없었다. 1950년대에 향토 부대인 육군 39사단이 자리 잡기 전에 이 일대는 미나리깡이 있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후에 이름 없던(?) 장소에 읍성 내 지명인 ‘중동’을 차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일대에서 ‘중동패총’과 ‘도계동 고분군’이 발견된 것으로 봐서는 가야 시대부터 생활의 터전을 이룬 마을이 있던 곳임을 알 수 있다. 삶터로서 오랜 역사를 지닌 이곳에 6·25전쟁 후 1955년에 향토 부대가 창설돼 60년 세월 자리를 잡았으나 도심권 확장으로 인해 2015년 함안으로 이전하면서 다시 새로운 삶터인 ‘중동 유니시티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설계 의도

사업부지는 6000여 세대 아파트 단지 북측에 위치한 업무시설 용지로, 부지 모양은 조각 케이크를 연상시키는 세장한 부채꼴 형상이다. 기능별 배분은 저층부에 근린생활시설을 배치하고 상층부에 2동의 타워부를 세워서 업무동과 교육동(학원)을 동서 방향에 배치했다.

남측 30m 도로변 교육연구시설동
서측 17m 도로변 업무시설동

외피 구성에서 저층부인 3층 부분은 가로변의 연속성을 고려하여 수평면 패널을 배치하고, 개방감과 역동감을 주기 위해서 개구부를 많이 확보하고, 세로 패널을 랜덤하게 배치했다. 반면 상층부 타워부는 수평띠에 수직면의 모듈러 패널을 반복적으로 배치했다.
재료의 질감은 백색 알루미늄 복합 패널과 유리면의 대비와 면 분할에 의한 비례감을 고려했다. 특히 아파트와 마주하는 상층부 외피는 백색 패널의 브리즈 솔레이유(brise-soleil, 일조 조정 루버)에 의해 일조에 따른 음영의 변화를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Brise-soleil(일조조정루버).

이 건물은 복합건축물 내에서 보기 드문 장소가 숨겨져 있다. 하나는 미술관이며 나머지 하나는 도서관이다. 건축이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예술적 요소를 제공해야 한다는 건축주의 철학에 의해 결정된 공간활용 프로그램이다.

도서관 내부

이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1층 후면부 마당에 눈에 띄는 건물을 볼 수 있다. 청색 유약벽돌로 마감된 부정형 매스의 용도는 미술관이다. 2층 규모의 소규모 미술관이지만 외피에서 나타난 부정형 매스와 번쩍이는 질감을 통해 미술관의 이미지를 드러내고 있다. 미술관 이름은 건축 외벽재료로 유추되는 〈BLUE BRICK〉으로 정하였다. 근린생활시설 복합건물에서 우연히 마주한 ‘미술관이 있는 풍경’은 흥미로운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또 하나의 숨은 공간 찾기는 동측 교육동 최상층에 위치한 도서관이다. 교육연구시설(학원)을 아래로 두고 최상층 9층에는 옥상정원과 마주한 ‘가든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업무동에는 독서 및 취미생활과 교육을 위한 ‘커뮤니티 클럽’ 공간을 마련하여 거주자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참여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연구시설동의 옥상정원


설계 및 시공 과정

건축물의 탄생은 건축주와 의뢰인의 의지에서 시작된다. ‘제이디 윙스’ 프로젝트를 의뢰한 건축주는 설계자와 오랜 신뢰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건축물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깊이 고민해왔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단순한 상업적 기능을 넘어 거주자들에게 문화와 예술 공간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임대면적을 일부 양보하여 문화시설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구현되었으며, 장기적으로 공간의 질이 높은 건물이 지속가능성을 갖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을 통해 상업 복합건물에 미술관과 도서관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건축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향후 이 공간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미술관 후면부

건축주의 이러한 철학은 미술관 외피 재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반영되었다. 주동 건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미술관을 더욱 부각시키기 위해 외벽 재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이어졌다. 초기에는 브라운 계열의 와이드 벽돌을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최종적으로 이탈리아산 유약벽돌인 글레이즈 블록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해 운송될 계획이었으나 예멘 반군의 내란으로 인해 통과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대안으로 서아프리카를 경유해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돌아오는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무려 50일의 추가 운송 기간을 요구했다.
건축주는 이러한 일정상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애초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남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도착한 유약벽돌은 미술관 외벽을 장식하며, 건축주의 신념과 결단이 반영된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처럼 공간의 질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건축적 결정들이 모여 ‘제이디 윙스’는 단순한 상업시설을 넘어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특별한 건축물로 완성되었다.

이용 정보

제이디 윙스에서는 바쁜 일상 속 잠시 숨을 고르고, 영감을 얻으며,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예술이 주는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교육연구시설동 1층 앞에 펼쳐진 사계절 정원을 따라 산책한 뒤, 파란 벽돌로 지어진 블루브릭 갤러리에서 전시를 감상해 보자. 짧지만 깊이 있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하는 완벽한 코스다.
조용한 몰입이 필요한 순간이라면, 교육연구시설동 9층의 회원제 도서관 가든 라이브러리를 추천한다. 도심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지고, 큰 청단풍이 자리한 단아한 야외 정원을 마주하며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고, 간단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다면, 업무시설동 9층의 크로스워크·조아짐을 찾아보자. 크로스워크는 제이디 윙스 앞 횡단보도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으로, 지식·취향·세대·지역을 아우르는 커뮤니티 클럽이다. 책, 영화, 커피, 와인, 예술, 운동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3월에는 과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맥주 워크숍이, 4월 말에는 숏폼 콘텐츠를 활용한 퍼스널 브랜딩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제이디 윙스에서 취향에 맞는 공간을 찾아 나만의 영감을 채우는 시간을 가져보자.

가든 라이브러리
오전 9시~오후 10시 30분. 
매월 1·3주 화 휴무

블루브릭 갤러리
오전 11시~오후 8시. 
매주 월 휴무.

글·사진  유엔에이건축사사무소 (신삼호, 박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