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의 씨네아트]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
여성, 노동, 삶을 보듬는 별 같은 시선
드라마 | 인도, 프랑스, 네델란드, 룩셈부르크 | 118분 | 2025.4.23.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각본·감독 | 파얄 카파디아 출연 | 카니 쿠스루티, 디비아 프라바, 차야 카담, 흐리두 하룬
수입 | 그린나레미디어 배급 | 그린나래미디어, ㈜레드아이스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어둠 속에서는 빛을 상상하는 게 어려워요”
시간을 훔치는 대도시 뭄바이. 같은 병원에 근무하는 프라바, 아누, 파르바티에겐 해결되지 않는 사정들이 있다. 그러나 세 여자의 우정은 작은 빛을 만든다.
우리 세 여성
인도 뭄바이의 병원에서 근무하는 세 명의 간호사 프라바(카니 쿠스루티), 아누(디브야 프라바), 파르바티(차야 카담). 이들은 인도 전역에서 뭄바이로 꿈을 찾아 이주해 온 여성들이다. 이들은 각자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프라바는 결혼은 했지만 남편이 독일로 간 뒤 연락이 두절된 채 남편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다. 한편, 룸메이트이며 프라바보다 어린 아누는 남친이 무슬림이다. 힌두교가 주류인 인도에서는 무슬림과의 결혼을 금한 터라 공공연한 연애가 어렵다. 그리고 프라바보다 한참 선배인 파르바티는 남편이 소유주로 되어 있는 아파트가 재개발 대상이 되었지만, 이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아왔음에도 이를 증명할 길이 없어 강제 퇴거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상상과 현실
세 여성은 모두 고향을 떠나와 대도시 뭄바이에서 살고 있다. 도시로 이주했으나 그녀들의 실제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남성 우위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의 결정과 판단에 순종해야 하고, 타 종교인과의 혼인에 폐쇄적인 사회에서 자유로운 연애가 어렵다. 그리고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남편이 죽으면 여성의 권한도 함께 사라지고, 이를 증명할 길조차 없어 자본주의의 냉정함이 가하는 불이익을 맞는다. 문제의 원인은 때로는 사회적이고 때로는 개인적이지만, 이건 타인이 찾으려는 관점일 뿐 한 사회의 오랜 삶의 방식은 얽히고설켜 있기 마련이다.
도시의 빛
한편 뭄바이에서의 세 여성의 삶은 대부분 간호사로서 환자들과 부대끼는 생활이다. 그중 성실한 프라바는 벵골어를 구사하는 의사로부터 구애를 받는다. 그는 시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며, 자신도 이방인으로서 뭄바이에 어울리지 않는 인물임을 토로한다. 그가 구사하는 언어는 인도 내에서도 힌두어를 다시 배워야 하는 입장이다. 결혼은 했지만 남편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따로 살고 있는 프라바는 그럼에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 젊은 아노는 씀씀이가 헤프다. 아무래도 연애 중이라 소비가 많고 매번 월세 내기도 어려워 프라바에게 의존하는가 하면 간호사 일에 큰 애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반짝거리는 도시의 빛을 따라 익명성을 누리지만 여전히 무슬림 남친과의 연애가 쉽지만은 않다.
고향으로 가는 친구를 따라
삶의 터전을 잃은 파르바티는 결국 고향으로 떠난다. 도시로부터 먼 바닷가 마을 라트나기리로의 귀향이다. 남은 두 여성이 파르바티를 찾아 여정에 오른다. 모든 게 현실에 부딪혔던 뭄바이에서와는 달리 여기서는 잊힌 꿈과 낭만이 그리고 마법이 펼쳐진다. 매번 어두워진 뒤 집으로 돌아오던 생활과는 달리 이곳은 자연과의 해우이다. 한낮의 바닷가, 마당, 이웃, 가족이 있고 친구들 그리고 동반한 아누의 애인까지. 그들의 연애는 도시를 벗어나 훨씬 자유롭다.
상상과 현실
영화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만연한 인도의 풍경에서 지구의 보편적 현상으로 시각을 이전시킨다. 상상과 현실이 보편성으로의 이전을 위해 시, 사운드 그리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인도 뭄바이의 여러 현실이 영화(드라마)에 녹여진다. 영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프랑스, 룩셈부르그, 네델란드, 이탈리아 공동 제작이다. 인도영화연맹 회장인 라비코타카는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영화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했다.
인도적임을 감춘 보편성
한국의 영화가 한국적임을 표방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세계의 많은 비평가들의 평가에 비해 ‘우리가 빛으로 상상하는 모든 것’은 인도, 그것도 특정 도시 뭄바이를 배경으로 하고 인도 배우들에 의해 표현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적인 느낌을 받기 어렵다. 아마 젊은 감독은 ‘인도적’이라는 제한에서 벗어나 영화적 미학 탐구와 계보를 잇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