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의 씨네아트] 콘클라베
교황 선거에서 드러난 음모와 탐욕
드라마 | 미국 | 120분 | 2025.3.5. 개봉 | 12세 이상 관람가
원작 | 로버트 해리스 ‘콘클라베’ 각본 | 피터 스트로갠 감독 | 에드워드 버거
출연 | 랄프 파인즈, 스탠리 투치, 존 리스고, 이자벨라 로셀리니 수입 | ㈜엔케이컨텐츠 배급 | ㈜디스테이션
줄거리
교황의 예기치 못한 죽음 이후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시작되고, 로렌스(랄프 파인즈)는 단장으로서 선거를 총괄하게 된다. 한편 당선에 유력했던 후보들이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교활한 음모와 탐욕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데….
영화 ‘콘클라베’
‘콘클라베’가 정착된 역사가 그렇듯이 ‘콘클라베’에서 선출된 교황은 로마 가톨릭의 수장으로 그 위상을 전 세계인으로부터 부여받는다. 따라서 교황은 그 위상만큼의 권력도 부여받는다. 그러하니 그 자리를 두고 시기와 질투, 음모와 결탁이 난무한다. 이곳 역시 여느 다른 곳에서처럼 인간 군상의 다양한 면모가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리라. 영화는 특히 교황 후보자와 미래의 교황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의 행적과 과실을 추적하며 인간 군상의 면모를 대표적으로 묘사한다.
유력 후보자들
ㆍ트랑블레 추기경 : 금전 비리로 교황 서거 전에 사임한 뒤 다른 유력한 교황 후보의 문제를 드러내기 위해 꿍꿍이를 부리는 인물.
ㆍ테데스코 추기경 : 로마 출신 추기경으로 로마 중심적인 사고를 가진 보수주의자이며 타 종교에 적대감을 지닌 인물.
ㆍ아데예미 추기경 :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 추기경으로 ‘콘클라베’ 도중 성 스캔들이 드러난 인물.
ㆍ벨리니 추기경 : 진보적이나 온화하기보다 목적 달성을 위해 결탁을 서슴지 않는 인물.
ㆍ로렌스 : 콘클라베의 단장으로 자신의 종교적 믿음에 확신이 없는 인물.
ㆍ베니테스 추기경 : 이슬람교와 기독교와의 전쟁터를 몸소 겪으며 신앙생활을 하는 카불 대주교인 멕시코인으로 성품이 온화하며 신앙심이 깊고 열린 사고를 가진 인물이면서 태생적으로 여성의 자궁과 난소를 함께 지닌 인물.
세계적 공동체를 꿈꾸며 끼리끼리
‘콘클라베’ 기간의 공동생활에서 이들은 식사 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 식사한다. 아마 소통이 자유스러운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이리라. 이들의 역할과 소명에 비해 세계에서 모여든 추기경들은 서로 간에 언어 장벽이 있고, 식습관을 비롯한 일상은 그렇게 글로벌하지 않다. 게다가 이 기간에 거듭되는 투표가 원하는 쪽으로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편한 언어로 편한 사람과 비슷한 의견을 모으는 것이 더 편한 일일 것이다. 게다가 그들은 바깥의 어떠한 소식도 들을 수 없는 환경에 있다. 실은 그들은 교황 선출이란 목적으로 일정 기간을 ‘콘클라베’ 즉 마치 감옥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보인다.
확신
각자가 욕망을 추종하는 동안 교황 자리를 원하지 않는다는 로렌스에게 벨리니는 ‘자신의 욕망을 직시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이들의 교차되는 욕망들은 모두 나름의 ‘확신’으로 자신과 상대방을 부추긴다. 이에 로렌스는 바오르를 빌어 확신은 ‘통합의 적’이며 ‘포용의 적’임을 시사한다. ‘콘클라베’의 상황은 ‘가장 위험한 자는 교황의 자리를 원하는 자’로 보이는 것이 분명한 인물에게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지고, 그를 제지하려는 방편으로 로렌스는 자신을 교황으로 투표하게 되며 이때, 마치 하늘이 판단이라도 하듯이 바깥에서 폭발 사고가 나 그 행위가 저지된다. 그들은 모두 매번 투표하면서 ‘맹세하고 서약하노니 우리 주 그리스도를 증인으로 청하오니 내 표가 반드시 교황이 되어야 할 분께 가도록 이끄소서’를 암송한다.
스릴러
이처럼 복잡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를 감독은 스릴러로 끌어간다. 두 시간의 러닝타임을 순식간에 흐르게 하는 묘미, 시스티나 성당의 웅장함과 디테일이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음험하게 장면들을 감정선과 함께 흐르게 하고, 추기경들의 붉은 의상이 극적 효과를 더한다. 게다가 ‘콘클라베’의 교황 선임은 그야말로 관객에게는 일반인으로서는 절대 가 볼 수 없는 곳을 지켜보게 함으로써 스릴러 효과를 배가시킨다.
영화가 종교를 다룰 때
이미 관객들은 일반 사건이 아닌 종교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종교적 인물에 실망할지 모른다. 하지만 영화 ‘콘클라베’는 스릴러 형식의 영화적 짜임새에 의해 시대성, 즉 현대가 요구하는 다양성을 온전히 구사하기 위한 수단이 된다. 교황 선거는 지역, 인종, 언어, 신념, 이념을 넘어 포용과 다양성 그리고 변화와 나아감을 리더할 인물을 뽑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특정 종교라는 폐쇄된 분위기가 시스티나 성당 속에 묻어난다. 그리고 가부장제적인 가톨릭에서 오래된 여성과 남성의 역할 분담 현상을 근본적으로 묻기보다 새 교황의 자웅동체 신체를 통해 성별의 문제를 무마하려는 의도는 매우 비시대적으로 느껴진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