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의 씨네아트] 이처럼 사소한 것들
작은 선행이 전하는 가장 큰 울림
드라마 | 미국, 아일랜드 | 98분 | 2024년 12월 11일 개봉 |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 팀 밀란츠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왓슨
원작 | 클레어 키건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배급 | 그린나래미디어(주)
“도움의 손길이 없었다면, 나는 어디에 있었을까?”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 빌 펄롱은 석탄을 팔며 아내, 다섯 딸과 함께 소박하게 살아가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빌 펄롱은 지역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가고 숨겨져 있던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원작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클레어 키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다. 소설 ‘이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로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소설이다. 원서 116쪽의 분량의 역대 부커상 후보 중 가장 짧은 작품이라고 한다. 섬세한 문장을 바탕으로 미묘한 암시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특징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 작가인 클레어 키건은 영화화된 소설 ‘말없는 소녀’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막달레나 세탁소
막달레나 수녀원은 아일랜드 카톨릭의 수녀원으로 여성과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만들어져 이 시설의 수용자들은 주로 미혼모, 매춘부와 고아 소녀 등이 대부분이었다. 수녀원은 운영하는 세탁소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이들에게 강제 노역을 시키고 학대를 가했으며, 돈을 받고 아이들을 입양을 보내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만행이 1996년 9월 25일까지 약 74년 동안 계속되었다는 것이다. 막달레나 수녀원의 비리는 온 마을 사람들의 무관심과 동조와 함께 자라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상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수녀원 막달레나 세탁소와 얽혀있는 그들의 사소한 이익과 종교적 믿음에 배반하지 않으려 모두 쉬쉬거리며 이 일들을 덮어왔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되는 것
그들의 생각은 ‘카톨릭 수녀원인데 그럴 리 없을 것이다’며 문제 제기하는 것을 마치 종교인을 의심하는 행위로 또 카톨릭에 대항하는 것처럼 간주하고, ‘사정이 딱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니 그에 상응하는 노동은 당연한 것일 것이다’며 노동착취를 모른 채하고, 체벌과 학대가 있는 것은 단정하지 못한 행실 때문이라며 교육을 위한 것이라 덮어둔다. 그리고 수용자의 반항과 거부는 물론 이들을 돕는 행위는 그들의 믿음에 대한 도전이라는 이상한 논리로 정착한다. 그런 그들이 주장하는 정당성은 무엇보다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그들의 생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고 그들은 그것이 조금이라도 위협받게 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은 행동이 한 사람의 세상을 바꾸게 한다
어디가 잘못된 것일까? 그런저런 학대가 있다고는 하지만 설마? 하는 걸까? 수녀원이라 닫혀진 곳이니 확인하기 어려우니 차라리 그럴 리 없다고 믿는 편이 나은가? 그런데 누가 진실을 목격했고 도움을 요청받았을 때 어떤 행동이 필요한가에 대해 왜 결단 내기가 어려운 것일까? 가장 가까운 아내에게 의논하지만 남의 일이라며 핀잔을 받고, 원장수녀에게 물으니 거짓을 건넨다. 그도 마을 사람들처럼 자신의 석탄배달 사업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인식이 없지 않다.
어릴 때 자신이 도움받지 않았다면
하지만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과 같은 또래의 여자아이가 부모에게 떠밀려 수녀원에 버려지고 학대당하는 것을 목격한 주인공 빌이 ‘이처럼 사소한 것들’처럼 당연한 행동을 실행하는 것이 왜 빌에게서만 가능한지를 영화는 애써 설명하려 한다. 빌이 어릴 때 한 가족의 배려와 자선 덕분으로 잘 자라 지금의 행복한 가정의 중심에 있음을. 그러나 그조차 애매하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딸부잣집 아버지의 행복은 그저 피곤에 찌들어 있고 마치 어느 날 걷어차 버릴 것 같은 아슬아슬한 표정의 연속이다. 일종의 자영업자의 과도한 노동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면에는 그 역시 미혼모의 자식으로서 어머니의 성을 받은 아이였음을 상기한다.
그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그래서 결코 사소하지 않았다
그는 심성이 착하다. 같은 동료와 직원을 배려하고 필요한 아이에게 호주머니를 털어 도와주고 그리고 그의 이익을 포기하고 불행한 소녀를 구출해 낸다. 아마 가족으로부터 불편을 호소받고 그리고 마을 사람들로부터는 비난을 받을 것이다. 게다가 그 큰 덩어리인 카톨릭 수녀원을 건드렸으니 계란으로 바위 깨기가 될 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에게는 다행히 그의 착한 심성을 스스로가 완성할 올곧은 심지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와도 같은 처지에 처해 있는,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이름의 불쌍한 세라를 구하는 것이 그의 과거를 온전하게 인정하는 것임을 행동으로 옮겨 보여준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