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건축물 기행] 지역문화거점 문화예술회관 16화
시대의 흐름과 어우러져, 문화와 사람을 아우르다
문화예술회관은 우리 사회의 문화중심지이며 지역문화를 선도하는 대중적인 장소로서 각 지자체마다 다양한 규모로 건립되고 있다. 문화를 위한 공간이 늘어날수록 시민들의 문화 수준도 높아지지만 그동안의 문화시설들은 대도시에 편중돼 왔고, 중소도시들은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적 특색에 적합한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 문화예술회관은 공연과 전시를 중심기능으로 하면서 회의, 교육, 정보·자료 제공 등이 결합되며 체육시설까지 있는 복합커뮤니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남에서 대표적인 문화예술회관을 이야기한다면 진주에 있는 건축가 김중업씨의 경남문화예술회관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건축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적 공연기능을 수용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어 많은 논란 속에서 리모델링을 피할 수 없었다. 경남지역의 중소규모 문화예술회관을 건물 디자인적인 부분과 공연장의 형태 및 기능적인 부분을 비교하면서 소개하고자 한다.
김해 장유 서부복합문화센터
육중한 무게의 지붕 ‘가야의 문’ 상징
입체적인 건물·다양한 공간 구성 눈길
먼저 김해 장유 서부복합문화센터는 창원의 배후도시로 급성장하면서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되고 지역주민들의 문화거점 마련을 위해 율하지구 신도시의 중심에 공연장(684석), 전시관, 수영장(2m 6레인), 도서관 등 문화, 체육공간을 함께 갖춘 문화복합센터로 건립했다.
전국 설계 공모를 통해 다울건축사사무소 작품이 선정됐고, 2013년에 설계를 시작해 2015년에 완공됐는데 거대한 수평적인 처마는 새의 날개처럼 가볍게 느껴지고, 딱딱한 주변 아파트들 사이에 육중한 무게의 지붕이 설계자가 의도한 ‘가야의 문’을 상징하고도 남을 듯하다.
대공연장은 후무대를 최소화하고 좌·우측 무대를 적절한 크기로 설계하여 다양한 공연이 가능하도록 공간구성을 하였으며, 무대장치 및 음향시설들도 대형공연장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잘 구성된 문화공간이다.
건물은 마치 회오리가 하늘로 상승하는 것처럼 입체적인 매스를 구성하고 있으며 다양한 외부 동선은 여러 시설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역할과 건축적인 형태와 잘 어우러져 비교적 좁은 대지에 이러한 동선이 입체적으로 확장되어 보인다.
창녕문화예술회관
고전건축물 대종각과 조화 이뤄 우뚝
대공연장 전면유리 고래가 입 벌린 듯
창녕문화예술회관은 지하 1, 지상 2층 건물로 대공연장(496석) 소공연장(198석), 전시실, 야외공연장, 카페테리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2년 11월에 개관했는데 설계 공모 당시에는 대공연장이 800석 규모로 계획됐으나 공사비 및 문화재 등의 문제로 규모가 축소되어 건립됐다.
대지 입구에 들어서면 창녕 대종각의 고전건축물과 현대적인 문화예술회관과의 신구 대비가 인상적인데, 대공연장 전면 유리는 외장 금속패널과 대비되면서 마치 고래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한 형상을 가지고 있다.
외장재료는 평형사변형의 금속패널 거멀접기를 하여 독특한 돔 형태를 만들고 있는데 그중 불규칙한 사각 패턴은 창녕의 자랑 ‘산토끼’ 노래의 음표 50개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산토끼’ 동요에 대한 유래는 일제강점기 창녕 이방보통학교 이일래 교사의 회고록에 남아 있는데, 선생은 딸 명주(당시 1세)를 안고 학교 뒷산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는데 바로 옆에 산토끼가 깡충깡충 뛰는 모습을 보고 ‘우리 민족도 하루빨리 해방이 되어 저 산토끼처럼 자유롭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공연장은 건물의 형태적 아름다움에 비해 좌·우측 무대가 너무 협소하고 관람객의 시야 각도와 공조시스템, 무대시설, 음향시설 등을 보완해야 하지만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리모델링이 어렵고, 건물신축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함안문화예술회관
2019년 무대·조명·객석 등 전면 리모델링
바닥 공조시스템 도입·음향 반사판 교체
마지막으로 함안문화예술회관은 2005년 3월에 준공해 함안군민들의 문화거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었지만 변화하는 시대적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공연장의 기능적인 한계가 있어 2019년 11월 무대, 조명, 객석 등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통해서 군민들의 수준 높은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대부분의 기능을 개선했다.
리모델링 전에는 500석 이하였던 객석을 510석으로 재배치하고 관객들의 환경을 쾌적하게 하기 위해서 바닥 공조시스템을 도입하고 음향 반사판을 교체했다. 또한 음향 잔향을 최적화하여 건축음향이 최상이 되도록 리모델링하는 등 현대적 시스템으로 교체했다. 이러한 리모델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무대 주변의 여유 공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만들기 위한 공연 관리자의 의지도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함안문화예술회관은 지방소멸시대에 작은 소도시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지역민에게 제공하고 있는데, ‘얼마나 크게 짓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운영하느냐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건축은 근사한 형태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게 조직하는 일이다. 건축가로서 내가 한 일은 원래 거기 있었던 사람들의 요구를 공간으로 번역한 것이다. - 건축가 정기용
지역주민의 문화 만족도가 높아져야 지역소멸을 막을 수 있을 것이며, 공공문화시설은 지역별 특색 있는 문화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사진 이노디자인건축사사무소 신대곤 건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