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의 씨네아트] 존 오브 인터레스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은 집. 과연 악마는 다른 세상을 사는가?

2024-07-17     월간경남

드라마·역사·전쟁 | 미국, 영국, 폴란드 | 105분 | 2024년 6월 5일 개봉 |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 조나단 글레이저    출연 | 산드라 휠러, 크리스티안 프리델

 

줄거리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가족이 사는 그들만의 꿈의 왕국 아우슈비츠.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가 정성스럽게 가꾼 꽃이 만발한 정원에는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마틴 에이미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관리했던 나치 장교 루돌프 회스와 그의 가족들의 시선으로 영화가 전개된다. 회스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소장으로 일하며 유대인 대학살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혐의로 전후 처형된 실존 인물이다.

 

영화의 구성

이 영화는 시작부터 검은 화면이 2분여 동안 이어지며, 그동안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밝혀진 화면에는 평화롭고 평범한 가족의 일상이 펼쳐진다. 홀로코스트 영화지만 유대인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평화로운 와중에도 하늘에는 시커먼 연기가 분주하게 흘러가고, 보이지는 않지만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이 소리들은 관객들이 담 너머의 상황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담 하나를 사이에 둔 회스의 저택에서는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아내(산드라 휠러)가 정성 들여 가꾼 아름다운 정원을 경이롭고 평화롭게 바라본다. 게다가 집안에서는 수영장이 있어 온 가족 친지 이웃들이 즐겁게 놀고 있고, 가까이 있는 호수에서도 물놀이와 소풍 등 이 가족의 평안한 일상이 반복되는 등 영화의 정적인 분위기가 연속적으로 연출된다.

 

영화미학과 테크닉

영화는 암전, 트레킹샷, 독특한 사운드 트랙, 자유로운 카메라 시선, 열화상 카메라 등 실험적인 연출 기법을 사용하고 연출 역시 각 쇼트의 길이가 대체로 길고 인물의 전신을 담은 롱쇼트나 와이드쇼트의 비중이 높아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한 그 흔한 줌인이나 줌아웃도 사용하지 않으며 극적인 사건이나 격렬한 갈등도 없이 진행된다. 특히 이 영화는 사운드를 활용해 관객을 불편하고 소름 끼치게 만드는 동시에 첨예한 메시지를 던지며 사운드를 통해 당시의 잔혹상을 마치 보는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영화를 창작해 냈다. 한편 현대와 과거를 오가는 교차 편집이나, 검은 화면으로 시작해 검은 화면으로 끝나는 수미상관식 구성 등으로 영화의 미학적 구성을 한층 심화시켰다.


‘악의 평범성’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참담함과 평범해 보이는 가족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풍경을 적대적으로 대치하나 집이 수용소와 완전 분리돼 그저 평화롭기만 한 곳만은 아니다. 그들의 일상생활은 아우스비츠와 지극히 닿아있다. 단지 아우스비츠 수용인들의 운명과 죽음에 극적인 대척점을 추구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집은 때로는 더 경제적이고 빠르고 효과적인 학살을 위해 기술과 방법을 논하는 회의 장소가 되고 상관의 생일 축하를 위해 수용소에서 일하는 부하들의 건너오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한 수용자들이 수감 전에 입었던 고가의 모피나 금니 등이 과시용으로 또는 놀잇감으로 사용되고 또 타고 남은 뼛가루는 정원의 식물에 거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영화는 독일 철학자 안나 아렌트가 말하는 ‘악의 평범성’을 매우 설득력 있게 떠올리게 한다. ‘악의 평범성’이란 ‘악’이 ‘악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것에서 발생한다’란 의미이다.

 

감독의 수상소감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지난 3월 제96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존 오브 인터레스트’로 국제영화상을 받은 뒤 무대에 올라 “(이 영화는) ‘그들(나치)이 그때 무엇을 했는지 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라!’고 말하는 것”이라면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를 낳고 있는 가자전쟁을 비판하기도 했으며 “알렉산드라 비스트로니-코우오제치크처럼 실제로도 빛났던 소녀의 삶과 저항정신에 이 상을 바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코우오제치크는 실존 인물로, 포로들을 위해 밤마다 사과를 숨겨 놓았던 폴란드 출신의 비유대인 소녀로 글레이저는 일반적인 극영화에서 자주 사용하지 않는 촬영 기법으로 코우오제치크가 빛나는 것처럼 보이게 연출했다.

 

엔딩 크레딧으로 완성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레딧이 나올 때의 배경 음악은 감독이 현실감을 주기 위해 독일 베를린 지하철, 함부르크 축구 경기장, 2022년 프랑스 파리 폭동 등 전 세계에서 수집한 소리로 만든 음악을 사용했다고 한다. 영화는 독립영화배급사로 유명한 A24에서 맡았으며 한국에서는 배우 소지섭이 운영하는 더콘텐츠온과 찬란이 맡아 수입, 배급한다.

 

하효선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