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효선의 씨네아트] 어느 가족
진정한 가족의 의미
드라마 | 일본 | 121분 | 2018.07.26. 개봉 | 15세 이상 관람가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줄거리
할머니의 연금과 물건을 훔쳐 생활하며 가난하지만 웃음이 끊이지 않는 어느 가족. 우연히 길 위에서 떨고 있는 한 소녀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와 가족처럼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뜻밖의 사건으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고 각자 품고 있던 비밀과 간절한 바람이 드러나게 되는데….
일본 가족의 현재를 보는 시각
현재 일부일처제의 가족구성은 이혼과 재혼 등으로 보다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고 개인주의의 극한은 가족보다 개인의 삶을 추구하며 독신들이 들어가는 추세이고 부부의 구성도 동성애 등 다양한 형식의 새로운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감독은 일본사회의 가족에 대해 “사람들은 여전히 혈연과 가족 유대를 크게 강조한다”라며 “이는 때때로 건강하지 못한 집착이라고 본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오대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는 영화 ‘어느 가족’은 ‘혈연만이 믿을 수 있는 일본의 전통적인 가족관에 대한 질책이다’고 평가했다.
선진사회의 소외계층에 대한 한계
‘어느 가족’의 인물 각각은 이미 원래 가족은 와해돼 사회에서 소외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부족한 가족의 부분은 사회가 맡아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어느 가족’에서 가족구성은 연금을 받는 할머니와 손녀 아키, 일하는 아내와 남편, 부모가 버린 아이를 아들로 삼고 부모에게 학대당하는 다섯 살짜리의 어린아이를 딸로 맞아들여 이들은 서로 애틋해하고 서로 배려하며 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나이별로 할당된 역할을 공동체 내에서 행사한다. 하지만 이들이 생활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좀도둑질로 해결하고 있다.
가족구성에 대한 진실
한편, 이들 가족은 사적소유를 위한 일부일처제와 그를 유지하기 위한 혈연 중심의 다세대 가족이 아니고 여러 가지 이유로 구성된 유사 가족이다. 부모가 버린 아이는 또래가 학교 가는 것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지만 이 부모는 이 아이를 학교로 보낼 수도 보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학교는 집에서 공부할 수 없는 아이들이 가는 곳이다’라며. 할머니가 생을 마감하지만 장례 절차를 바로 밟을 수도 없다. 그들에게 할머니의 연금수입원이 끊길 염려도 있지만 장례식을 치를 돈도 없을 뿐만 아니라 또 당장에 그들로부터 떠나보내기를 하지 않으려는 결정이기도 하다. 이 가족은 공식적인 가족이 할 수 있는 일과 절차를 밟기에 매우 제한적이다. 급기야 할머니를 마당에 묻는다. 이유불문하고 이는 시체유기에 해당될 행동일 것이다. 그리고 원하지 않는 아이라며 학대하는 부모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던 가족은 유괴범으로 간주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다시 아이를 학대받는 아이로 만들지 않기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포기한다. 한편 건전한 성매매를 직업으로 가진 손녀는 사실 이 집안의 또 다른 수입원의 출처이다. 그리고 아들에게 가려쳐줄 것이라곤 좀도둑질밖에 없는 남자로 구성된 가족.
<어느 가족>의 무엇이 진정한 죄목일까.
모든 선진 국가들이 복지를 지향한다. 갈수록 단단한 가족들이 만들어 낸다는 건실한 사회구성원들이 지속적으로 생산되기 어려운 다양하고 복잡한 욕구와 요구가 늘어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는 가족의 해체에 대응해야 하고, 그 일반 가족이 모두 건실하다는 보장도 없다는 데에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매우 정직한 의문이고 또 시도일 것이다. 가족이 그 구성만으로 행복을 보장받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다시 개인의 시점으로 모두를 돌려놓고 다시보기를 시도한다. 어린 유리는 여전히 작은 새장과 같은 베란다에서 혼자 놀고 있고, 쇼타는 고아원 생활과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감옥에서, 아버지는 이들 모두가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홀로 남았다. 아키도 이제 가족에게 알려졌을 것이다. 가족이 사적소유를 정당화하고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면 혈연관계보다 공동체의식 또는 공생의 관계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1995년 <환상의 빛>으로 영화감독으로 데뷔해 총 16편의 작품을 연출했으며 ‘어느 가족’은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2022년 제75회 칸영화제에서 첫 한국영화 연출작인 ‘브로커’는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작년 제76회 칸영화제에서 ‘괴물’로 다시 각본상을 수상했다. 2023년 제2회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어워드에서 전국의 예술영화관 프로그래머들이 선정하는 ‘해외작품상’과 관객들이 선정하는 ‘관객상’을 수상했다. 그의 가족영화의 대표작들은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진짜로 일어날 지도 몰라 기적’, ‘아무도 모른다’ 등이 있으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에서보다는 한국에서 더 호평을 받는 감독이며 이 호평에 걸맞게 세계적으로 환호를 받고 있다.
하효선
· 창원국제민주영화제 집행위원장
· 수석 프로그래머
· 씨네아트리좀 대표